기업들의 사내변호사 축소 움직임이 현실화 될 경우 변호사 업계는 물론 법조계 전반적으로 파장이 적잖을 전망이다. 당장 올해 졸업 예정인 1,000여명의 사법연수원생 가운데 적어도 400~500여명이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기업들의 준법ㆍ투명경영을 위해서는 사내변호사가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사내변호사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될 경우 기업 경영에도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 사내변호사 축소에 법조계 초긴장 최근 5년간 사법연수원 졸업생 중 사내변호사로 취업한 사람은 삼성ㆍLG그룹, 현대ㆍ기아차그룹 등 총 204명에 달한다. 같은 기간 4,591명의 사법연수생이 졸업했고, 이 가운데 판ㆍ검사가 아닌 비법조직역 진출자가 580명인 점을 감안하면 사내변호사는 사법연수원 졸업생의 중요한 취업처 중 하나다. 특히 한해 사법연수생 졸업자는 1,000여명으로, 판ㆍ검사와 로펌행 등을 제외한 50여명이 매년 기업으로 채용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들의 사내변호사 축소 움직임은 이들에게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또한 김용철 변호사가 소위 검찰내 엘리트 출신이라는 점에서, 향후 검사 출신의 전관출신 변호사들도 기업으로의 자리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사법연수원과 대한변협 등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사내변호사 채용 홍보를 강화하는 등 사내변호사 붐을 조성해왔는데 초기단계에서 악재를 만나 사내변호사 무용론으로 확대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2013년부터 1,500명 이상의 로스쿨 졸업생이 배출되는 것과 맞물려 사상 최악의 변호사 취업난이 예상된다. ◇ 기업 "누가 사내변호사 뽑고 싶겠나" ‘김용철 파문’으로 기업들이 느끼는 사내변호사에 대한 불신은 상당하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사내변호사가 회사를 나갔다고, 기밀을 까발리고 다니면 누가 사내변호사를 두고 싶겠느냐”며 “기업 오너들의 사내변호사에 대한 불신이 상당히 깊숙하게 뿌리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100대 기업 중 사법연수원생을 채용하지 않은 이른바 ‘무변’ 기업들이 절반 가까운 46개나 되는 점도 이번 사태가 사내변호사에 만만찮은 악재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서울변호사회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여전히 사건이나 법적 분쟁이 생기면 그때마다 변호사를 쓰면 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며 “이번 파문이 기업들의 이 같은 인식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외국계 기업들이 국내 변호사 채용을 꺼리는 움직임마저 나오고 있어 단시일내 해소될 문제는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 법조계 "단기 악재에 그쳤으면…" 기대 대한변협 등 법조계에서는 ‘김용철 파문’이 변호사 전체 차원이 아닌 개인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일로 자칫 사내변호사 전체가 매도당하는 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조근호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사내변호사 존재의미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어 예의주시 하고 있다”며 “개인 변호사의 문제로 국한해 봐야지, 사내변호사 전체를 매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김용철 악재’가 단기에 그쳤으면 하는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국내 사내변호사포럼(IHCF) 회장을 맡고 있는 이석우 NHN 경영정책담당 부사장은 “사내변호사는 기업의 준법ㆍ투명경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이미 선진국 사례에서 검증됐다”며 “(사내변호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더 이상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IHCF는 300여명의 사내변호사를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최대의 사내변호사 단체다. 조 부원장 역시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기업들의 충격이 커져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단기 악재에 그쳤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라고 말했다. ◇ 변호사 기밀준수 파기 땐 강력제재 필요 법조계에서는 제2, 3의 ‘김용철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위법한 변호사에 대한 철저한 징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변호사가 고객의 정보를 누설할 경우에 대한 형사처벌은 물론, 자격증 박탈 기준을 엄격하게 세분화 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고객정보 비밀유지 등은 변호사 윤리장전에만 규정돼 있을 뿐이고, 이를 위반해 지금까지 처벌 받은 전례가 없다. 미국의 경우 공익과 고객의 이익이 반하는 경우 고객의 비밀을 우선 지키는데 무게를 두며, 변호사가 비밀을 발설할 경우 자격증을 박탈하도록 제도적으로 정착돼 있다. 이와 함께 변호사 징계권을 이익단체 성격의 대한변협이 아닌, 법무부 등 정부 기관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선미라 한결 변호사(미국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변호사에 대한 징계의 권한을 법원이 갖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대한변협이 갖고 있다”며 이는 자격증 등록은 국가에 하고 징계는 이익단체에게 받는 기이한 구조이기 때문에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