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리듬을 주지 않는다

제9보(145~162)



미세하긴 해도 백이 이기는 형세임을 쌍방이 알고 있다. 흑도 하변에 45집 정도의 확정지가 있으니 포기하기는 이르다. 문제는 더이상 시비를 걸어볼 곳이 없다는 것. 이런 경우에 프로가 느끼는 고통은 극심하다. 흑45는 이렇게라도 꼬투리를 찾아보겠다는 집념의 헤딩이다. 백이 참고도1의 백1로 젖혀 준다면 흑2, 4로 패를 낼 예정이다. 흑이 A로 차단하는 유력한 노림이 있으므로 패가 난다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박영훈은 백46으로 가만히 내려섰다. 흑에게 아무런 리듬도 제공하지 않겠다는 태세이다. 뒤이어 백50으로 보강하여 아예 후환을 없애버렸다. "최종국까지 가게 생겼군."(서봉수) 흑이 참고도2의 흑1로 끊으면 중원에 어느 정도의 흑집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백에게는 2에 붙이는 노림수가 있다. 흑이 3, 5로 받는다면 백6이 피니시블로가 될 것이다. 백 7점이 잡히면 그 손실은 무려 16집. 그러므로 흑은 중원쪽을 두지 못하고 좌변을 5의 자리에 지키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이기기 힘들다고 생각했는지 이세돌은 흑51로 풍덩 뛰어들었다. "맨땅에 헤딩이로군."(서봉수)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것이겠지요."(백대현) 박영훈은 싹싹하게 백52로 양보했다. 이렇게 되면 흑이 54의 자리에 젖혀 잇는 상당히 큰 끝내기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세돌은 그 권리를 행사하는 대신 흑53으로 시비를 걸었고 박영훈은 백54로 막아 이득을 취했다. "해가 지는군."(서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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