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건설업체들이 민자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운영권을 잇달아 시장에 내놓고 있다. 현금 마련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SOC 사업은 도로나 학교 등 사회간접자본을 짓는 공사다. 이런 민자사업에 참여하는 건설사는 우선 도로 등을 완공한 후 운영권을 20~30년간 갖게 된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안겨줄 수 있지만 당장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로서는 알토란 같은 매물을 내다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지난 5월 개통한 '제3경인고속도로'의 운영 지분을 매입할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 사업비 7,379억원 규모의 이 프로젝트는 '제3경인고속도로'가 30년간 운영권을 가지고 있으며 한화건설은 주관사로 참여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화건설이 출자 지분을 처분하고 싶어 해 몇몇 투자자가 나서 수익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건설 측은 그러나 "언젠가 매각이 이뤄지겠지만 그 시기가 언제일지, 또 매각 지분이 얼마나 될지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금호건설 역시 서수원~평택 경기고속도로의 운영 지분을 조만간 매각할 계획이다. 금호산업은 경기고속도로 보통주 1,208만주를 지난해 628억원에 매각할 예정이었으나 워크아웃이 개시되며 매매계약을 해제했다. 금호산업의 한 관계자는 "자산 매각을 원하는 채권단의 요구에 경기고속도로와 함께 충북 충주시 공공관사 운영권도 팔아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2차 구조조정에 따라 워크아웃 기업이 늘어나 SOC사업의 운영권을 매각하는 건설업체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초 워크아웃을 신청한 중견건설업체 A사는 수도권과 지방에 보유하고 있는 고속도로 및 교량 운영권 등을 매각 리스트에 올릴 방침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 실사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자산 매각이 이뤄진다면 민자사업 운영권이 1순위가 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밝혔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유자금으로 장기적인 이익을 내려는 기관투자가와 당장 현금이 필요한 건설업계 간 이해가 맞물려 민자사업 운영권이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며 "적정 금액을 받지 못하면 결국 손해를 보는 업체도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