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물가가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 상한 기준을 일시적으로 넘어섬에 따라 우리 경제가 과중한 물가 부담 속에 새해를 맞이하게 됐다. 게다가 2008년에는 고유가 등 국제적인 인플레 압력에 더해 출범 첫 해를 맞이하는 이명박 정부가 경제성장률 7%를 겨냥한 경기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인플레 압력이 한층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통계청은 31일 발표한 ‘2007년 연평균 및 1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12월의 전년 동월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인 3.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은행의 3년 평균 물가안정목표 상한선인 3.5%를 넘는 수치로 우리 가계의 물가 부담이 위험 수위까지 올라선 것으로 풀이된다. 서민들의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생활물가지수 상승률는 지난 11월보다 소폭 둔화되기는 했지만 전년 동월 대비 4.8%로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10월 3.9%에서 11월 4.9%로 올라선 이래 2개월째 4%대 후반에서 고공비행하고 있다. 이처럼 물가상승폭이 확대되는 주요인은 국제유가 불안으로 석유류 등 공업제품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12월 공업제품지수는 전년 동월비 4.8%나 뛰어올라 소비자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개별 품목으로는 등유와 경유ㆍ휘발유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2.9%, 20.7%, 15.0%씩, 금반지 값은 무려 28.1%나 치솟았다. 이밖에 공공서비스와 개인서비스도 각각 전월 대비 3.3%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품목별로는 도시가스와 전철요금은 각각 전년 동월비 10.9%씩 올랐고, 유치원 납입금도 9.3%나 비싸진 것으로 나타났다. 생선류ㆍ채소류ㆍ과실류 등 신선식품지수도 1년 전에 비해 5.6%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문제는 2008년이다. 주요 경제예측기관들은 2008년 소비자물가가 3.2~3.3%의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대외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압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차기 정부가 출범 첫 해의 가시적 경제성과를 올리기 위해 인위적인 경기부양에 나설 경우 물가상승 압력은 한층 증폭될 수 있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주요 경제예측기관은 2008년 경제성장률이 7%는커녕 당초 예상치인 5%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는 실정이어서 새 정부가 경기회복과 물가부담 완화 사이에서 경제정책의 균형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