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눈] 中企는 산업기밀 보호 사각지대

유망 중소기업 A사는 지난해 100억원의 개발비를 투자해 올해 초 반도체성능측정기계를 개발, 대박을 기대했지만 현재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다. 회사 처우에 불만을 품은 연구원 중 한명이 직장을 옮기면서 설계도면을 통째로 경쟁사에 빼돌렸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A사는 투자비와 예상매출 등 500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 A사의 김 사장은 “과거 국내 첨단기술 유출 사건의 대부분이 대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이제는 중소기업들로 확산되고 있어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토로했다. 국내 중소기업들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첨단기술을 빼가려는 산업스파이 활동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산업기밀보호센터가 설립된 후 올 상반기까지 적발된 중소기업의 첨단기술 유출 사건은 총 44건으로 피해액이 연간 5조원 규모에 달한다. A사처럼 국내 중소기업 대다수가 대기업과 달리 정보ㆍ기술 보안에 대한 인식이 낮을 뿐더러 인원ㆍ자금의 한계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정부의 무관심도 이에 한몫하고 있다. 정부가 중소기업의 산업기밀 보호 활동을 지원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3월 중소기업 기술유출방지사업 계획이 확정되면서부터.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셈이다. 사업 예산도 중소기업청의 5억원이 전부다. 국내 중소기업이 300만개에 이르는 것을 고려하면 ‘새 발의 피’나 다름없다. 그나마 올 상반기 부산ㆍ울산ㆍ경남 지역 등에서는 지원사업 신청 업체가 한곳도 없었다. 지방 중소기업들이 정부의 기술유출방지사업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내 산업기밀 보호 활동을 총괄하는 국가정보원의 정책이 아직 대기업에 쏠려 있는 게 현실. 정책 활동도 첨단기술ㆍ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강연ㆍ세미나 등 산업보안의식 제고에 머물고 있다. 중소기업을 위한 전담부서와 전문 인력도 태부족하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의 전문 인력을 수사 인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흘러나온다. 다행히 9월 말 국회에서 ‘산업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지원법’이 통과돼 내년부터 시행된다. 중기청과 국정원이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중소기업의 산업기밀 보호 활동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