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일부 과학자의 우라늄 분리실험 사태가 갈수록 꼬이면서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지난 82년 국내에서 수㎎의 플루토늄 추출실험을 실시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되는가 하면 북한이 이번 사태를 문제 삼아 미국을 비난하고 나서는 등 6자회담 전도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김영식 과학기술부 원자력안전심의관은 9일 “지난 82년 4~5월 서울 공릉동 소재 옛 한국원자력연구소의 연구용 원자로인 ‘연구로 2호기(트리거 마크Ⅲ)’에서 플루토늄 추출실험이 실시됐다”며 “소수의 과학자들이 플루토늄에 대한 화학적 특성 분석을 해 본 것으로 실험결과보고서나 추출된 플루토늄량에 대한 기록은 없으나 극미량 ㎎단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AP통신은 한국이 20여년 전 극소량의 플루토늄 비밀실험을 실시했다고 미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김 심의관은 “실험에 사용된 모든 장치와 시료들은 재사용할 수 없도록 84년 폐기된 뒤 보관 중이며 트리거마크Ⅲ 원자로는 현재 해체 중”이라고 덧붙였다. 과기부는 지난해 12월 한-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 검토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으며 IAEA는 최근의 사찰에서 재차 점검을 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측도 이번 우라늄 농축실험에 대해 딴지를 걸고 나섰다.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8일 한국의 우라늄 농축실험과 관련, “미국은 핵 문제에 관해 이중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다”며 “미국을 상종할 필요가 없다”고 추가적인 조치를 강력히 시사해 차기 6자회담 전망이 한층 어두워졌다.
이봉조 통일부 차관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는 북한 발언을 6자회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지 않고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 차관은 “지난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미측에서는 대선과 무관하게 4차 회담을 진행한다고 했고 중국의 정치국 상무위원인 리장춘도 조만간 방북 할 계획”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이수혁 외교부 차관보도 이날 북핵 관련 한ㆍ미ㆍ일 3자협의를 위해 일본 도쿄(東京)로 출국하기에 앞서 “6자회담 개최는 당위성”이라며 4차 6자회담의 9월 말 이전 개최 약속을 지킬 것을 북측에 거듭 촉구했다.
그는 “우리가 핵무기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데도 미국이 용인하고 있고 북한의 프로그램은 용인하지 않는다면 이중잣대일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그런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만약 가지고 있다면 미국이 절대 양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외교가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번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판단, 초기 대응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결과적으로 국제사회에 쓸데없는 오해만 불러 일으켰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