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 단기 저점이 내려가는 것을 감안해 (기업들이) 대응할 수밖에 없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환율이 어디까지 내려갈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3월 하순부터 하향 추세로 접어든 원ㆍ달러 환율이 4일 970원대가 붕괴된 데 이어 5일 960원대마저 힘없이 무너지자 단기 저점을 950원대 초반까지 낮춰 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원화환율이 단기급락을 면치 못하는 것은 외국인들이 주식을 사들이기 위해 달러화를 연일 내다팔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이후 외국인은 2영업일을 제외하고 주식 순매수에 나서고 있으며 최근 나흘 동안 1조2,000억원 이상 사들였다.
이에 따라 외국인투자가들이 국내 기업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을 본국으로 송금하는 3~4월에는 환율이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외환당국의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배당금 수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닌데 외국인들이 배당금을 해외로 들고 나가지 않고 국내에 재투자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기대했던 배당금 수요가 다시 국내 증시로 재투자되면서 오히려 수출기업들의 실망매물을 부추기는 계기가 되고 있는 셈이다.
3월 수출이 다시 두자릿수로 복귀하면서 경상수지 적자 지속에 따른 환율상승 예상도 물거품이 돼버렸다. 여기에 유럽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글로벌 달러약세가 곧 재연될 것으로 본 역외 세력들이 달러 매도에 나서자 국내 기업들도 이에 가세하고 있어 시장심리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향후 방향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950원대 초반까지 더 내려갈 것이라는 예상과 조만간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뒤섞여 있다. 이진우 농협선물 부장은 “배당금 역송금이 생각처럼 진행되지 않고 있고 무엇보다 중공업체들의 네고 물량이 엄청나다”며 “당국의 개입 타이밍이 적절치 못할 경우 950원이면 될 바닥이 920원으로 낮아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회복됐고 주식도 환율 리스크에서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라며 “환율 상승의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고 말했다.
오정석 KB선물 팀장은 “이월된 네고 물량이 어느 정도 처리되고 나면 진정될 것”이라며 “960원과 980원 사이의 박스권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성웅 우리선물 연구원은 “최근 낙폭이 큰데다 주변 여건이 환율 상승에 우호적이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추가 매도에 나서기보다는 반등시 매도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