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터넷라이프/인터넷경매] 우리는 인터넷경매 '마니아'

인터넷경매 매니아들은 인터넷경매의 매력을 잊지 못해 오늘도 컴퓨터를 켠다. 하루 서너 시간은 예사. 때로는 밥도 거른다. 채팅 중독증처럼 인터넷경매에도 중독 현상이 있다. 하지만 즐겁다. 시간을 보내면서 원하는 물건도 사고 돈도 벌고 정보도 얻고 친구도 사귈 수 있기 때문.보험사에 근무하고 있는 김우태(金禹泰·AUCTION ID=AHAE)씨는 인터넷경매가 보험판매 비장의 무기다. 작년 한 해 동안 옥션을 통해 판매한 물건 수는 92건, 구입한 물건은 85건. 金씨는 주로 컴퓨터와 관련 용품을 구입하거나 판매한다. 자신이 필요로 하는 물품을 사기도 하지만 대부분 보험을 구입하려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차원에서 물품을 구매해 주거나 판매해 준다. 69년부터 컴퓨터를 다루기 시작했다는 金씨는 인터넷경매가 없다면 자신의 일도 없다는 정도다. 보험상담 고객에게 486노트북 컴퓨터를 10만원대에 구매해 줘 보험 판매 성과도 올리는 수완도 지녔다. 金씨는 구매 물건을 택배로 우송하기보다는 직접 찾아간다. 한 사람이라도 직접 대면하는 게 보험설계사로서는 남는 장사기 때문이다. 개인사업자가 아닌 일반 회원 중에서는 자신이 가장 많은 거래를 성사시킨 인물이라고 자랑도 한다. 하루 최소 4시간 이상은 옥션과 함께 한다는 그야말로 옥션의 열혈 팬. 미시족이라고 할 수 있는 이재아(李在娥·WAAWAA ID=JUN211)씨는 자칭 와와족(族). 결혼 전에 입었던 옷과 물품들을 마땅히 처분할 길이 없어 걱정하기도 했지만 이젠 더 이상 고민하지 않는다. 와와를 통해 처녀적 입었던 옷을 팔거나 유아용품을 구입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첫아이의 돌잔치를 치렀다. 물론 아이에게 필요한 물건은 와와를 통해 싸고 쉽게 구입했다. 와와의 열성팬이 된 지는 겨우 두달이지만 벌써 100회이상이나 거래를 한 인터넷경매의 매니아다. 아파트 단지 주부들의 중고품 경매대행도 해 동네에서 인기도 만점이다. 집에서 만든 뜨개질이나 수예품도 경매에 올릴 생각이다. 이쎄일에서 「밀레니엄 이벤트」 소호샵(SOHO SHOP)을 운영하고 있는 윤정두(尹正斗·ESALE ID=TSUYOSHI35)씨는 PC방을 경영하는 사장이지만 자신을 「전자 유통 상인」이라고 부르길 더 좋아한다. 尹씨는 다른 인터넷 이벤트 사이트 경품 물건과 인터넷 경매를 연결시킨 놀라운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당첨확률이 높은 각종 인터넷사이트 경품 행사에 참가해 당첨된 상품을 인터넷 경매에 판매한다. 그야말로 인터넷사이트의 봉이 김선달이다. 尹씨는 경품당첨을 위해 철저하게 확률이 높은 행사에 참가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말한다. 증권사 경품행사가 특히 당첨확률이 높다고 귀띔한다. 尹씨가 관리하고 있는 친구나 친척의 주민등록증만도 20개가 넘는다. 최근에도 펜티엄 컴퓨터를 타내 인터넷경매에 올렸다. PC방 운영보다도 인터넷경매를 통한 수익이 더 실속있다고 웃는다. 자신을 옥션 피플(AUCTION PEOPLE)이라고 소개하는 정지혁(鄭址爀·AUCTION ID=JIHYUK)씨. 옥션의 모니터 요원이자 옥션커뮤니티 치프다. 옥션 회원 공동체 모임의 방장이라고 할 수 있다. 옥션만이 가지는 장점으로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첫째로 꼽는다. 10원경매와 같은 독특한 경매제도도 옥션의 자랑거리라고 말한다. 모니터 요원이 되기 전에는 불법CD를 사기도 했지만 이젠 불법음반 거래 등을 감시하는 입장이다. 커뮤니티 치프로서 회원들에게 인터넷 경매의 갖가지 요긴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10원경매 당첨될 수 있는 노하우도 그가 제공하는 중요 정보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아직 한번도 10원 경매에 당첨된 적이 없다. 한상헌(韓相憲·WAAWAA ID=PAUL)씨는 와와의 커뮤니티 공간인 미니바의 바텐더다. 미나바란 와와 회원들 공동 관심사를 얘기하고 정보도 교환하는 공간.韓씨는 희귀품바인 「너 이런거 본 적 있냐」의 바텐더다. 딸기우유라는 애칭으로 더 알려져 있다. 韓씨가 주로 관심을 갖는 물건은 화석과 중국 군인모자다. 83년산 닌텐도 오락기인 「패밀리」도 그가 판매한 희귀물건 중 하나다. 데이트 비용도 마련하고 취미생활도 할 수 있어 와와의 팬이 됐다는 그는 인간적인 향기가 강한 것이 와와의 특징이라고 강조한다. 바텐더로 활동하는 것이 계기가 돼 와와의 주식도 일부 받았다. 희귀화석을 경매물건에 올리다 보니 공통 관심사를 지닌 사람들과 자주 만나게 돼 즐거움도 커지게 된다고 말한다. 와와 회원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높은 바텐더다. 이제형(李制衡·ESALE ID=AN016)씨는 이쎄일에서「안016소호샵」을 운영한다. 하지만 수익만을 위해 소호샵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PCS 홍보와 소비자 이익을 위한 정보 제공이 중요한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미래에는 유형의 물건만이 아니라 지적재산권 저작권과 같은 무형의 재산도 인터넷 경매를 통해 거래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견도 빠뜨리지 않는다. 나이와 직업의 차이를 떠나 다양한 사람들이 인터넷 경매를 통해 물건을 사거나 판다. 하지만 단순히 물건을 팔거나 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인터넷 경매를 통해 생활 속의 소박한 기쁨도 찾을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하지만 인터넷 경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아직 개선해야 될 점도 많다고 경매 매니아들은 말한다. 물품이 낙찰된 후 우송기간이 긴 것이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사항이다. 구매자보다는 판매자 중심으로 경매정보가 공개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얘기된다. 낙찰이 된 후 판매자가 판매거부를 하는 경우도 흔하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들이 있기는 하지만 걸음마를 떼고 도약하기 시작한 인터넷 경매를 즐기는 경매 매니아들은 큰 걱정을 하지는 않는다. 인터넷경매 발전가능성은 무한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인터넷 경매사이트가 다르긴 하지만 인터넷 경매를 사랑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 『인터넷 경매가 있어서 하루가 즐겁다』 홍병문기자GOODLIF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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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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