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8월17일]<1476>시애틀의 재래시장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 관광객 500만명을 포함해 해마다 1,000만명이 찾는 시애틀 도심의 재래시장이다. 신선한 농수산물을 싼 가격에 파는 시장으로 유명하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성공적인 재래시장으로 꼽히는 이 시장의 출발점은 직거래 장터. 10배의 폭리를 취하는 대형 중간상의 농간을 보다 못한 시애틀시가 1907년 8월17일 언덕 부근에 직거래 좌판을 열었다. 중간상들의 방해는 끈질겼다. 직거래를 헐뜯는 지역 여론을 조성하고 용역 깡패를 풀어 직거래 장터를 짓밟았다. 기적은 개장 이튿날부터 일어났다. 소식을 듣고 몰려든 소비자들로 농산물이 반나절 만에 모두 팔렸다. 경찰은 깡패들의 난입을 막았다. 시장 발전에 결정적으로 공헌한 사람은 땅을 소유한 부동산업자 프랭크 굿윈. 1911년 건물을 올리고 하루 20센트라는 저렴한 임대료를 받아 시장을 상설시장으로 키웠다. 상설점포가 515개로 늘어난 1941년부터 시장은 위기를 맞았다. 태평양 전쟁으로 일본계를 격리 수용하는 조치 탓에 소매상의 절반을 차지하던 일본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 대형 슈퍼마켓이 등장한 1949년에는 점포 49개만이 남았다. 재개발론이 일었지만 상인들과 환경론자들이 힘을 합쳐 두 차례의 위기를 넘기고 되살아났다. 정부 보조금에 따른 저렴한 임대료 덕분에 농수산물을 싸게 공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200여개의 상점ㆍ식당뿐 아니라 공원과 보건소ㆍ탁아소ㆍ노인회관까지 갖춘 종합관광단지로 자리잡았다. 스타벅스 커피 1호점도 이 곳에 있다. 거리의 악사만 250명에 이른다. 부럽다. 상인을 앞장서 보호한 행정이 부럽고 성급한 재개발도, 지주의 탐욕도, 공권력의 비호를 받는 용역 깡패도 없는 시애틀의 시장 환경이 정녕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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