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침공할 수 없게 되다
제4보(38~51)
백38부터 다시 본다. 창하오는 이 수를 두기에 앞서 20분의 장고를 거쳤는데 그가 여기서 시간을 뭉텅 쓴 것은 이 수가 아닌 다른 방식을 검토했기 때문이었다.
그 ‘다른 방식’은 참고도1의 백1, 3으로 두는 길이었다. 이 코스는 중원의 발언권이 강화되므로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백1과 흑2의 교환이 흑진을 강화시키는 이적 행위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실전의 백38로 웅크린 것은 강수를 터뜨리기 위한 힘의 비축이었다.
그가 예상했던 그림은 참고도2의 흑1 이하 백18까지였다. 포인트는 백4에 흑이 완강하게 5로 반항한 수순이다. 그렇게 반항하면 흑이 망하게 되는 것이다.
망하지 않으려면 흑5로는 4의 아래에 굴복해야 하며 백은 5의 자리에 올라서게 되는데 그 코스는 백의 만족이다. 그런데….
왕리청은 참고도2의 흑1로 어깨를 짚지 않고 실전보의 39로 대뜸 씌워버렸다. 이렇게 되니 백은 참고도2의 백4 같은 침공을 감행할 수가 없게 되었다.
여기서 창하오가 흔들렸다. 역시 참고도1의 백1이 옳았던 것이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5/10/04 1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