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교민 '납치공포' 정부뒷짐에 더 불안
해외 교민들을 상대로한 현지 범죄단체들의 '납치사건'이 잦아지고 있지만 정부대책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코린도 한인직원 납치사건의 경우 외교부 관계자들은 13일 "술값정도를 요구하는 수준으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여유를 보였다.
이 관계자는 "며칠후면 잘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결국 사건은 발생 22일만에 마무리되는 등 사태파악에 헛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부 당국자들의 '불감증'도 큰 문제다. 98년 10월이후 1년 6개월에 걸쳐 유학생, 무역회사 직원, 사업가 등 5명이 잇따라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정부 당국자들은 "개인적 부주의 때문"이라고 했고, 최근의 코린도 한인직원 납치때는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자신했다.
교민업무를 담당하는 외교통상부 영사과는 지금까지 교민 납치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것만해도 7~8건을 넘는데 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파악해 놓고 있지 않다.
'어쩌다 한번씩 일어나는 일인데 통계를 낼 필요가 있느냐'는게 관계자들의 항변이다. 한 관계자는 "(자신의) 근무기간에 일어난 것만 기억할 뿐"이라며 "인원이 적어 현실적으로 체계적인 관리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해외교포문제연구소 이구홍 소장은 "영사업무의 최우선은 자국민 보호"라며 "하지만 우리 외교풍토에서는 항상 뒷전"이라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이어 "해외에 진출해 있는 우리 교민이 570만명에 이르지만 교민보호에 이처럼 허술한 나라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본의 경우 외무성내 자국민 보호를 전담하는 '방인보호과'가 구성돼 있다. 이곳은 각국의 일본공관 등을 통해 파악된 치안상황 등을 파악해 납치위험이 높은 지역일 경우 특별교육을 통해 피해를 사전에 줄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인질금 요구에 절대 응하지 않는다'는 원칙아래 각종 외교채널을 통해 자국민을 보호하고 있다.
기업의 세계화 전략에 따라 해외 근무인력이 급증하면서 이들의 몸값을 노리는 납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90년이후 중국, 핀리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10여건이 발생하는 등 1년에 1건꼴로 잦다. 특히 반정부 게릴라단체의 활동이 활발한 나라일수록 위험에 더 노출되어 있다.
지난해의 경우 콜럼비아에서는 1년에 3,000건, 브라질 쌍빠울 주에서는 한달에 평균 5건 이상이 발생하고 있어 교민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대부분 '사후약방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점차 선진국으로 인식되고 국내 기업들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납치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며 "사전예방을 위한 대비책이 시급한 때"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해당국 경찰ㆍ군 관계자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것 밖에는 별 뾰족한 수가 없다"며 "오지나 위험지역의 교민들을 상대로 안전교육을 확대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외 교민들이 '납치공포'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사전교육 등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전담 인원보강과 정부의 불감증을 하루 빨리 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김홍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