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트라베이스는 오케스트라에서 언제나 다른 악기들의 음색을 그늘에서 받쳐주기만 하는 만년 조연과 같은 존재다. 콘트라베이스의 존재 가치는 거의 없는 것일까.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배우 명계남이 커다랗고 못생긴 콘트라베이스를 들고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10년 만에 무대로 귀환이다. 모노드라마' 콘트라베이스'는 연극배우로 활동하던 명계남이 85년 무대를 떠나 광고회사 등에서 일하다 95년 대학로 소극장으로 복귀해 선보였던 작품이다. 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 작품으로 독일에서는 요즘도 자주 무대에 올려지는 희곡이기도 하다. 줄거리는 이렇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별볼일 없는 주인공은 오케스트라의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로 자신의 연주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메조 소프라노'사라'를 짝사랑하고 있지만 정작 그녀는 주인공의 존재조차 모른다. 주인공은 자신의 존재와 사랑을 알리겠다며 대통령을 비롯한 수많은 관객들이 모인 연주회장에서 '사라'의 이름을 크게 부르겠다고 결심한다. 연주회가 시작되고 용감하게 소리를 지르려고 하는 순간 연극은 막이 내린다. 과연 그는 사라를 목청껏 외쳤을까. 작품은 다른 악기를 받쳐주는 콘트라베이스의 특성, 오케스트라 내에서의 위상 등을 통해 소시민의 애환을 다룬다. 이번 공연을 위해 명계남은 처음 주연을 맡아 내달 개봉될 영화'손님은 왕이다'에서'콘트라베이스'의 일부 대사와 10년 전 공연 포스터를 활용해 간접 홍보에도 힘을 썼다. 명계남은“10여 년 전 공연 이후 배우로서 다시 한 번 연기하고 싶은 작품이었다"며"주목받지 못하는 콘트라베이스 주자, 수직적 구조의 오케스트라 구성 등을 통해 평범한 소시민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세상을 이끌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유명 인물이나 음악으로 치면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이름 있는 협연자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들처럼 빛나지는 않지만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무대에서 이야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월 7일부터 3월 5일 까지 대학로 우리극장에서. 3만원. (02)762-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