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손빼기 포석

제1보(1~12)


청뚜시가 자랑하는 꽃이 두 가지가 있다. 들판과 언덕을 온통 붉게 물들이는 복숭아꽃과 노란 유채꽃이다. 해마다 3월이면 도화절(桃花節) 축제가 청뚜에서 열린다. 이 바둑은 그 축제의 한 종목으로 치러졌다. 우승 상금은 12만위안이고 준우승은 5만위안. 결승3번기에 진출한 원성진은 감회가 각별했다. 송아지삼총사로 나란히 주목받던 최철한과 박영훈이 메이저급 타이틀홀더가 되어 성큼 위상이 높아졌는데 자기만 뒤처진 터였다. 중국랭킹 1위인 구리를 보기 좋게 꺾어 기분을 일신하고 싶었다. 그런데 3번기의 제1국에서 구리에게 너무도 참담하게 패했다. 대마를 잡히고 단명기로 물러났다. 흑번인 제2국. 정말로 놓치기 싫은 한판이다. 7로 씌웠을 때 이쪽을 외면하고 8로 둔 데서부터 이 판의 흐름이 급격해졌다. ‘그렇다면’ 하고 흑9로 응징하자 구리는 또 한번 손을 빼고 10으로 벌렸다. 이렇게 되면 이젠 자존심과 오기의 대항이다. 제1국에서도 그러했다. 쌍방이 철저한 손빼기로 상대를 약올리면서 급전을 벌였다. 대마를 잡히고 패한 원성진의 심리적 타격은 그런 연유로 더더욱 컸다. 일단 실전보의 백10은 구리가 평소에 연구해 둔 인상이다. 상식적으로 두자면 참고도의 백1에서 흑8까지인데 바로 이 흑8이 쌍방 세력의 중심점으로 빛난다. 구리는 실전에서 바로 그 고지를 선점하고 본 것이다. 이 날의 해설자는 안조영. 백12까지의 이해득실을 묻자 아직은 우열을 논할 단계가 아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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