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러시아의 유간스크 매각

파이낸셜타임스 12월20일자

러시아 최대의 석유기업 유코스의 주요 자회사 유간스크네프테가스가 바이칼파이낸스그룹이라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회사로 넘어갈 것 같다. 유간스크는 당초 국영 가스업체 가즈프롬의 인수가 유력했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에 감히 도전하다 현재 옥살이를 하고 있는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의 유코스를 다시 국영화하고자 가즈프롬을 적극 지원해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가즈프롬은 바이칼파이낸스그룹의 93억5,000달러에 대응하는 경매 입찰을 제시하지 않았다. 서구 금융회사들로 하여금 가즈프롬에 자금지원을 하지 못하도록 한 지난주 미국 법원의 결정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시베리안 호수 이름을 딴 이 금융회사의 주요활동이 무엇인지 몰라도 그 회사가 석유회사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가즈프롬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바이칼은 가즈프롬이 내세운 회사일 것이라는 추측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가즈프롬이 유코스 주주들로부터 국제 소송에 직면하게 될 것을 우려해 다른 이름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바이칼의 인수 뒤에는 수르구트네프테가스와 같은 다른 러시아 석유회사들의 이해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가즈프롬의 입찰을 일시적으로 금지시키고 서구 은행들에 대해서도 자금지원을 못하게 한 지난주 미국 휴스턴 법원의 결정은 물론 약간은 의아한 것이었다. 유코스는 미국에 영업체나 자산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전적으로 무시돼서는 안된다. 미국 법원은 그동안 이머징 국가의 정부가 지난 90년대 민영화 방침을 거스르거나 또는 일방적으로 당초 투자 계약을 변경하고자 할 때 이에 대한 교정작업을 해왔다. 불합리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유코스가 275억달러의 세금 체납이 있다는 모스크바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러시아 정부는 세금징수를 위해 직접 나서 유간스크를 인수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다. 임시변통식 경매를 통해 시장 메커니즘을 흉내내는 것보다는 그게 낫다. 어제의 기괴한 결과는 러시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무너뜨릴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은 과거 10년 동안 러시아가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을 근심에 빠뜨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푸틴은 과거 전세계에 미쳤던 러시아의 영향력을 되찾고 싶어하겠지만 이는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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