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의 남자’는 톱스타가 없고 대대적인 마케팅도 하지 않은데다 사극이라는 다소 리스키한 장르에도 불구하고 대성공을 거뒀다. 더욱이 스크린쿼터 축소 등의 이슈 속에서 얻어낸 영화계로서는 매우 의미 있는 사례이다. ‘거대 자본의 드라이브’가 아닌 ‘관객의 초이스’가 승리를 거둔 것이라 평하고 있다.
고객이 주위 사람들에게 그 회사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는가가 기업의 성장을 결정짓는 중요한 지표의 하나라는 미국의 연구 보고가 있다. 고객 만족도나 고객 유지와 같은 척도는 과거 지향적이며 그리 유용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일종의 구전 효과에 의한 성장 가능성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로 일종의 기업후원지수인 순추천고객지수(Net Promoter Score)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미국 증권업의 경우 25%의 NPS를 보이며 은행이나 보험업종보다 더 높은 수치가 나왔지만 한국 증권업종은 –60.3%로 정반대였다고 한다. 추천 의향이 있는 고객보다 추천 의향이 없는 고객이 훨씬 많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외국인들이 시가총액의 40%를 보유하고 있고 간접투자시장에서도 점차 영향력을 크게 키워가고 있다. 연내 한국시장에 진입하겠다는 뱅가드사는 지난 87년 블랙먼데이 때 평소의 3배에 이르는 11만4,000건의 전화가 폭주하자 사장까지 직접 나서 고객의 주문을 모두 처리했다고 한다. 환불 요구라든지 고객의 요구에 대해 일일이 평시와 동일하게 처리하면서 고객들의 신뢰가 크게 높아졌다고 한다.
요즘 여의도 증권가는 모처럼 대규모 이익을 실현한데다 자본시장통합법 제정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흥분돼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에 의해 탄생될 금융투자회사가 범위의 경제 효과와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해 대형화해 한국형 투자은행의 비즈니스 모델이 완성될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금융산업 전체에 대한 규제완화와 투자자 보호 제도 강화 등을 통한 한국 증권시장의 경쟁력 강화는 바람직하다. 그런데 앞서 말한 미국ㆍ한국 증권사의 NPS 차이는 무려 85%포인트나 된다. 아마도 이 차이는 국내 대형사나 중소형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구체적인 고객전략 지표를 측정하고 모니터링해 최적의 가치를 제안하겠다는 고객지향 문화가 부족하다. 정부 제도에 의존해 증권사의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만 높다. 한국 기업의 주식을 외국인이 갖는 것과 한국 고객을 외국인이 갖는 것은 다르다. 고객 후원을 가장 많이 받는 증권사가 진정한 대형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