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할수 없이 나선 사냥

제8보(87~100)


흑87은 인내의 극치였다. 이세돌이 찌르기의 천재라면 이창호는 요격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세돌이 하변에서 선취 득점에 성공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흑대마가 땅에 쓰러진 것은 아니다. 좌하귀의 백이 미생이므로 백이 일방적으로 떵떵거릴 입장은 아니다. 이창호는 꾹꾹 참으면 좌하귀의 백을 노려보고 있다. 흑87은 정수였다. 즉시 좌하귀를 참고도1의 흑1로 잡으러 가면 일단 백2의 한방이 흑으로서는 너무도 쓰라리다. 흑3의 굴복은 어쩔수없는데 그때 백4로 슬쩍 물러서면 흑이 과연 좌하귀의 백을 잡을 수가 있을까. “깨끗하게 잡을 수는 없어요. 빅 아니면 패가 나는데 그건 흑이 너무 억울한 결과겠지요”(원성진) 그래서 흑87로 참은 것이었다. 백이 90으로 손질했지만 좌하귀의 백은 아직 완전히 산 게 아니다. 참고도2의 흑1 이하 5면 백대마가 꼼짝없이 잡히게 되어 있다. 문제는 포위하고 있는 흑대마도 아직은 미생이라는 점인데. 흑91은 타협하자는 수순. 백이 좌하귀를 한 수 더 들여 살면 흑대마도 살겠다는 제안이다. 이세돌의 백92와 94는 타협의 거부. 백98 역시 마찬가지. 어디 잡을 테면 잡아 보라고 백은 흑을 야유하고 있다. 드디어 99로 잡으러 갔다. 상대를 섬멸하기 위한 사냥이 아니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게 된 상황이므로 할수없이 나선 사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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