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ㆍ영 연합군의 바그다드 장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미국의 다음 타깃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당초 이라크와 함께 북한,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지만 최근에는 북한과 함께 시리아가 급부상하고 있다. 시리아는 악의 축 국가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미 국무부의 테러지원 국가 명단에 올라있는 상태며, 특히 연합군의 이라크 공격을 침략으로 규정하는 등 미국의 비위를 건드려 왔다.
워싱턴 포스트(WP)는 8일 미국은 이라크 전쟁이 끝난 뒤 시리아를 다음 목표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은 최근 NBC 방송에 출연, “시리아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면서 “시리아는 그들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리아가 미국이 손 볼 `0순위`로 떠오르는 것은 단순히 이번 이라크 전쟁과 관련된 태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시리아는 그 동안 아랍-이스라엘 분쟁 격화에 주도적 역할을 해왔으며, 이로 인해 미국으로서는 시리아의 현 정권 교체가 중동 문제 해결의 주요 과제가 된 상태다.
최근 부시 대통령은 물론 미 행정부의 대표적 매파인 울포위츠 부장관까지 “북한은 이라크와 대단히 다르다”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북한 역시 미국의 다음 타깃이 될 공산이 적지 않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 돼가고 있다.
이처럼 시리아와 북한이 미국의 다음 타깃이 될 공산이 크지만 군사행동보다는 외교적 해결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은 이번 이라크전을 승리로 장식한다 해도 세계 여론을 달래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미국이 단지 강력하기만 하고 세계에 그 힘이 정당하다는 확신을 심어주지 못할 경우 21세기 미국의 외교는 고립무원의 덫에 걸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구영기자 gy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