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3월 25일] '그린시대' 적합한 전략 필요

어떤 분이 국토해양부에 인터넷으로 민원을 올렸다. 민원인은 최근 환기장치가 설치된 신축 아파트에 입주했는데 아이가 호흡기 질환이 있어 환기장치를 요긴하게 쓰고 있다. 그런데 환기조절기 스위치를 켜면 집안 전체가 환기되도록 시스템이 구성돼 원하는 방만 환기할 수 없어 불편함을 느꼈다. 세대별 환기방식으로 전력 절감 특히 민원인은 가전제품ㆍ컴퓨터 등 때문에 현재도 누진세가 적용 전기 요금을 납부하는데 여기에 환기장치 운전으로 한 달에 몇 만원의 전기료를 더 부담한다. 그래서 환기하고 싶은 방만 선택해 사용할 수 없느냐고 건설회사에 물었더니 천장에 설치된 디퓨저의 팬(pan)을 손으로 돌리면 여닫을 수 있다고 했다. 그것은 불편해서 못하고 환기조절기 스위치로 조작하면 안 되냐고 물었더니 몇 십만원의 돈이 추가되는데 공사할 때나 가능하고 지금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푸념하는 의미의 민원이었다. 예전에 건설된 주거용 건축물은 창틈ㆍ문틈으로 유입되는 자연 외기량이 환기에 충분해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으나 최근 건설되는 아파트는 에너지 절약, 소음 등의 문제로 창과 문이 고기밀화돼 실내로 유입되는 침기량이 상당 부분 차단됐다. 이에 따라 호흡기ㆍ피부질환 같은 환경질병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아파트에도 공기 질 관리와 에너지 절약을 도모할 수 있는 강제환기 장치를 적용하도록 건축법이 제정됐다. 일정량의 외기공급과 배기가 가능한 환기시설 설치를 의무화시킴에 따라 여러 전문기업들이 폐열회수형 환기장치를 개발해 널리 보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설치되는 환기시스템은 환기 대상 실 선택이 불가능하고 모든 실이 동시에 환기되는 운전방식이므로 당연히 민원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2009년 4월 한국설비기술협회에서 발표한 '공동주택 환기량 제어에 관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세대별 환기방식(실 선택 환기가 불가능한 실 전체가 환기운전 되는 설비)과 실별 환기방식(환기 대상 실을 선택해 운전할 수 있는 설비)을 비교 시험한 결과 기존 세대별 환기방식의 전력 소비율이 100%일 경우 실별 환기방식의 전력 소비율은 각각 4인가족 50%, 3인가족 37%, 1~2인가족은 29%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로 엄청난 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국가 전체적 경제성 면에서 향후 전국 아파트(700만 가구)가 4인가족 기준 실별 환기방식으로 운전될 경우 연간 전기소모량이 2,260GWH, 필터교체 비용이 5,000억원, CO₂100만톤이 각각 절감된다고 발표했다. 물론 이 수치들은 정량적이지는 않지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이 같은 실별 환기방식이 구성되려면 초기 투자비는 상승하지만 절약된 에너지 비용으로 1~2년 내에 추가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세계 최초로 수출 가능한. 매우 실용적인 신개념 실별 환기방식 기술을 구축하는 데도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에너지절약 설비 적용 의무화를 방별로 전등 스위치가 있어 필요한 방만 쉽게 전등을 켜듯, 방마다 난방온도 조절기가 있어 쉽게 필요한 방만 난방을 하듯, 국민 건강 증진에 반드시 필요한 환기장치도 사용자 요구에 맞춰 필요한 방만 환기하는 실별 제어가 가능한 설비가 이제는 적용돼야 할 시기에 도달했다. 추가 설치비용의 문제점이 있겠지만 범세계적으로 에너지절약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그린시대에 부합하게 국가 차원에서 이러한 에너지절약 설비 적용을 의무화하거나 실별 환기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자동제어 방법 적용 여부를 평가하는 등의 효율적인 실내 공기질 관리법안으로 시급히 수정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에너지가 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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