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별빛 가리는 불빛

전세계 인구 3분의2가 밤에 별관측 못해<br>인체건강·생태계 교란도

한반도와 일본의 야경을 찍은 위성사진. 한국은 일본과 같이 인공광의 밀도가 짙은 반면 북한은 검게 찍혀 대조적이다. 자료=광해 과학기술협회

밤에 켜지는 각종 인공 불빛이 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가리고 지구의 생태계를 교란하는 주범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5일 전 세계 도시에 켜진 인공광이 밤하늘에 떠 있는 별들의 존재를 흐리게 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건강과 자연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 인구의 3분의2가 이미 반짝이는 별을 볼수 없는 밤을 보내고 있으며 인공광으로 인해 야간에 적합한 시야를 확보하는 능력을 잃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집안의 전구에서 밤거리를 밝히는 네온사인들까지 모든 인공 불빛들이 인류의 삶을 저해하는 광해(light pollution)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왕립 로열천문학회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전역에 퍼진 인공광이 지난 1970년대 이후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도시에서 맑은 날 밤에 사람들이 볼수 있는 별의 수는 10개 이내 수준인 반면 농촌의 하늘에서는 약 2,000개의 별을 관측할수 있다. 1세기 전만해도 이보다 두배 이상의 별들을 볼수 있었다. 보고서는 또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이루는 수많은 불빛이 반경 193km까지 밤하늘을 인공광으로 가리고 있으며 도시의 조명들이 320km 떨어진 근교 공원 45곳의 야경을 바꿔놓았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집필한 이탈리아 출신의 파비오 팔치 천문학자는 “우리 아이들은 더 이상 자연의 신비를 경험하지 못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며 “미 캘리포니아주 보레고 스프링스 사막지대는 사람들이 밤하늘의 별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드는 관광명소가 된지 오래”라고 말했다. 인공광은 인체 건강과 자연 생태계에도 맹독이 될수 있다. 하버드의대 등 다수의 해외 연구진들은 야간근무를 오래한 여성 근로자들이 직장암이나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인공광은 또 바다거북에서 철새들의 교미 사이클과 이동시기에 영향을 줘 번식을 방해하는 요소로 지목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12월 야간근무를 발암요인으로 정식 채택한 바 있다. 천문학자들은 천체 야경을 보존하기 위한 목적으로 야간 조명을 제한하는 규제를 입법화하려는 로비활동을 벌여왔다. 관련단체인 IDSA는 20년전부터 이른바 ‘스카이 프렌들리 조명’ 운동을 전개해 현재 75개국 1만2,000명의 회원들이 가입해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인구와 산업성장 추세에 밀려 인공광 사용에 대한 문제점을 알리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팔치 박사는 “사람들이 배기가스나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은 알아도 빛이 공해가 된다는 개념은 아직 익숙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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