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활성화를 둘러싼 부처 간 이견으로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실종됐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세금정책도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되며 시장 참가자들은 기약 없는 대책발표만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당초 22일로 예정됐던 부동산거래 활성화대책 발표를 무기한 연기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ㆍ국토해양부ㆍ금융감독원 수장들이 21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긴급 관계장관회의까지 열었지만 부처 간 이견을 끝내 좁히지 못했다. 지난 20일 청와대 경제금융점검회의(서별관회의)에 이어 이틀째 부처 간 대립이 그대로 나타난 형국이다.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회의가 끝난 후 브리핑에서 "DTI나 세제 등을 광범위하게 논의했으나 효과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좀 더 시간을 두고 현장에서 의견수렴과 실태조사를 거쳐 관계장관회의 후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서민 중산층 등 실수요 위주의 거래를 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대책을 언제 발표할지에 대해 정 장관은 "시기를 특정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점이 있다"며 이른 시일 내에 결론을 짓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암시했다. 정 장관은 또 "결론 나지 않은 사항을 빼고 나머지만 발표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고 이견이 없는 대책부터 우선 발표하는 데 대해 부정적 입장을 표시했다.
이날 오후에 1시간30분간 계속된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 각 부처 장관들은 현재 시장상황에 대한 시각에서부터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의 핵심인 DTI 상향 조정에 대해서도 각 부처들은 규제완화 이후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 각각 생각이 달랐다. 재정부와 금융위 등은 DTI를 5~10% 정도 상향 조정한다고 해서 시장상황이 결코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표시한 반면 국토부는 시장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DTI 비율을 조정하는 특단의 조치가 추가적인 침체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일부에서 우려하는 주택 가격 급락 가능성은 제한적이고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다만 신규주택을 분양 받은 분이 기존 주택을 팔지 못해 이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택 대출금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장관은 "시장상황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재정ㆍ금융 당국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