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9월 16일] 뜬금 없는 '친서민정책추진본부'

"요점정리 노트라고 보시면 됩니다." 보건복지가족부의 한 관계자는 16일 발족하는 '친서민정책추진본부'를 이렇게 정의했다. 짧은 시간에 집중된 에너지를 투입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목적이라고도 덧붙였다. 학창시절 '벼락치기' 공부를 할 때 요점정리 노트는 필수였다. 중요한 것들만 챙겨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평소 수업을 열심히 듣고 시험공부를 충실히 한 학생들에게 효과가 컸지, 요점만 봐서는 오히려 독이 되곤 했다. 복지부의 친서민정책추진본부도 그런 점에서 우려된다. 복지부가 7대 과제로 내세운 것들은 현재 개별 과에서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는 핵심 과제들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서민을 위한다고 내거는 것은 정부의 친서민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쇼'로만 느껴진다. 정권 하반기로 들어서면서 유난히 '친서민' '공정사회'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보면 '정권 재집권'이라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아니면 새로 취임한 진수희 복지부 장관의 의욕이 넘쳐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복지부는 지금 서민들이, 아니 대다수 국민들이 복지부에 무엇보다 바라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14일 열린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공청회에서 만난 아이 엄마들은 하나 같이 "서민을 위한 저출산 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예산은 확보도 못한 채 재탕ㆍ삼탕의 정책들만 늘어놓았지 실제로 필요한 게 뭔지는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특히 주무부처인 복지부에 대한 비난은 그치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여자가 애 낳는 기계냐"며 시민단체가 공청회에 난입하는 촌극까지 발생했다. 고작 6시간 남짓한 시간에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생각 자체가 무리였다. 추석연휴에 정기국회ㆍ국정감사 등을 감안하면 최종안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복지부는 서민들을 위한다고 거창한 이름의 조직을 만들 게 아니다. 당장 컴퓨터를 켜라. 그리고 복지부 홈페이지 게시판을 보라. 진정 국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아이를 낳고 싶어도 못 낳는 서민들의 고충이 무엇인지 자세히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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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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