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를 규탄하는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의시위가 1일로 나흘째를 맞으면서 경찰의 남 모르는 고충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일반인들이 지하철 선로를 점거하거나 공공장소에서 `고공시위'를 벌인다면 강제해산 등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지만 시위대가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들이기 때문이다.
앞을 보지 못하는 장애인안마사들이 시위도중 또는 경찰의 해산 과정에서 밀고넘어져 불의의 사고라도 당하면 장애인에 대한 동정여론이 확산되면서 `경찰이 무리하게 대처했다'는 비난이 쏟아질 것인 만큼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이 생계유지를 위한 안마업권을 지키려고 시위에 나섰고, 이들에 대한 여론도 우호적이라는 점도 경찰의 입장을 더욱 소극적으로 만들고 있다.
경찰은 합법적인 시위를 벌이라고 시위대를 설득하지만 "안마만이 유일한 살 길인데 헌재가 밥줄을 빼앗아 갔다. 당신이라면 가만히 있겠느냐"며 울분을 토하는 모습에 과격한 행동을 예방하기 위해 이들을 애써 달래고 있다.
실제 지난달 29일 광화문 시민열린마당 집회에 참석했던 40대 남성이 온몸에 시너를 끼얹으며 분신을 시도했고 다음날 마포대교에서 장애인 안마사 4명이 15m 아래 한강으로 투신하는 아찔한 상황이 빚어졌다.
마포경찰서는 지난달 29일부터 마포대교에 전경 200명을 배치하고 서장과 경비과장, 형사과장 등이 총 출동,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는 장애인 안마사들을 `목이 쉬도록' 설득하고 있으나 시위대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특히 5.31 지방선거 당일 투표함 이송 등 선거상황에 경찰인력을 집중해야 하는데도 장애인 안마사들의 시위가 계속되는 바람에 인력을 교대로 분산 배치하는 등힘든 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인 시위보다 여러모로 조심스럽다. 혹시라도 함부로 대한다는 느낌을 받을까봐 말과 행동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자발적으로 해산할 때까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한강경찰대와 119수난구조대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 마포대교 인근에 24시간 배를 띄워놓고 있는데 앞을 보지 못하는 시위대가 발을 헛디뎌 떨어지는 등 돌발사태가 벌어질까봐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안마업권을 보장하는 정부대책이 마련되기 전에는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경찰의 이 같은 고충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