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현종의 경제 프리즘] 수상한 세월 hjhong@sed.co.kr 미 월가 채권 차익 거래의 귀재 존 메리웨더 전 솔로몬 브러더스 부사장, ‘블랙-슐즈’ 옵션 가격결정모형 개발로 1997년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마이런 숄즈 스탠퍼드대 교수와 멀튼 하버드대 교수. 그 밖에 하버드ㆍMIT 최고 수준의 금융공학자들. 차고 넘치는 경력의 이들이 뭉쳐 운영한 헤지펀드는 기가 막혔다. 1994년 출범 첫해. 다른 펀드들이 줄줄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할 때 수익률 28%. 이듬해 수익률 59%, 다시 96년 57%. 은행들이 안달이 났다. 아시아 위기가 터진 1997년에도 25% 수익률을 기록한 이들에 투자하고 싶어서다. 그러나 영광은 여기까지였다. 1998년. 자신들의 모델에 대한 과신이 오만을 넘어 도박의 수준으로 치달으며 러시아에 올인 했던 이 펀드는 그 나라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하루아침에 와장창 무너져 내렸다. 세계 금융업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한 롱텀캐피널매니지먼트(LTCM) 사태. 800억 달러의 운용자산으로 레버리지를 마구 높이다 이 회사가 본 투자손실은 물경 1,000억 달러 규모다. 역사상 가장 IQ가 높았던 펀드의 몰락은 세계 금융시장을 혼돈으로 몰아넣었다. “실패한 월가의 귀재들”-비즈니스위크지가 당시 이렇게 표현한 이른바 ‘LCTM 파산’ 사건의 개요다. ▲한동안 잊혀졌던 LCTM 사태에 대한 얘기가 다시 들리게 된 건 지난달 이후다. 마구 규모를 키우며 고수익을 쫓아온 미 헤지펀드들이 GM의 회사채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실적 악화 우려로 회사채 값이 떨어지자 저가 매수에 나섰다. 반면 주식은 대거 공매도했다. 채권값 상승에 주가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것. 그러나 결과는 정확히 반대였다. 월가 억만장자 커크 커코리언이 GM 주식 공개 매수를 선언하자 주가는 무려 18%나 폭등했다. 반면 S&P가 GM의 신용등급을 정크본드 수준으로 강등시키자 회사채는 급락했다. 업계 추정에 따르면 관련 헤지펀드와 은행권의 손실규모는 178억 달러, 포드 회사채로 인한 손실분 140억 달러를 합치면 320억 달러 규모다. 가뜩이나 경기 둔화의 징후로 전전긍긍하던 차에 불거진 이번 사태로 인한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 지는 아직 판단이 이르다. ▲신용 버블이나 유동성 버블이 지금 당장 꺼져버릴 지경에 이른 건 아니지만 최소한 파상상품의 급성장과 결부된 신용시장,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새로운 시험의 순간이 닥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시장 리스크와 기회가 근본적으로 재편되면서 새로운 불확실성에 가로막히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추세 속에 '금융위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한국이 아시아 신흥국들 중 상대적으로 금융 리스크에 가장 취약한 나라 중 하나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이 들린다. 판단의 정확성에 대한 시비 이전에 어쨌든 듣기 기분 좋은 얘기는 아니다. 헤지펀드의 위기가 국내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은 적다는 금융감독원의 견해가 언론을 탔지만 상황이 마음을 놓기에는 우리의 과거 경험은 너무도 쓰렸다. 정부는 정부대로 업계는 업계대로, 그리고 개인까지도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서야 할 시기다. 전세계적으로 금융기관 리스크의 개인 전가 추세도 최근 한 흐름으로 자리잡아가기 때문이다. 기준의 정확성에 대한 시비 이전에 어쨌든 듣기 기분 좋은 얘기는 아니다. 헤지펀드의 위기가 국내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은 적다는 금융감독원의 판단이 언론을 탔지만 상황이 마음을 놓기에는 우리의 과거 경험은 너무도 쓰렸다. 정부는 정부대로 업계는 업계대로, 그리고 개인까지도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서야 할 시기다. 전세계적으로 금융기관 리스크의 개인 전가 추세도 최근 한 흐름으로 자리잡아가기 때문이다. 위기의 헤지펀드가 마침내 보수적인 카토릭계 자금까지 끌어들이려 한다는 소식이 외신을 탄 게 엊그제. 7년 전 LCTM 사태도 자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모양새가 어째 수상쩍다. 입력시간 : 2005/05/31 1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