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중동 특수가 언제까지나 지속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플랜트 분야의 체질을 더욱 강화해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김석만(59) 대림산업 플랜트사업본부 상무는 중동 플랜트 특수로 업계가 들썩이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한층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과거 우리 업체들이 무분별한 수주경쟁으로 ‘쓴맛’을 본 만큼 이익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선별 수주’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90년부터 줄곧 해외영업에만 몸담아 온 ‘해외영업통’인 김 상무는 “단순 하도급을 받아 시공만 하던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발주처와 대화를 나눌 기회조차 없었다”며 “이제 10억달러가 넘는 대형공사를 단독으로 일괄수주하고 선진국 업체들이 먼저 전략적 제휴를 제의해올 정도가 됐으니 말 그대로 괄목할 만한 성장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한국 건설업체들이 호황을 구가하는 비결을 ‘믿음과 신뢰’로 설명했다. 전체적인 기술력을 볼 때 아직 선진국을 넘어섰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수십년간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공기를 완수해 온 저력이 중동의 발주처에 값을 매길 수 없는 신뢰를 심어줬다는 것이다. “발주처들은 한국 업체에 일단 일을 맡기면 밑지든 남든 묵묵히 최선을 다해 끝장을 본다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이 치열한 수주전에서 우리 손에 쥐어든 가장 큰 무기죠.” 오늘의 호황은 이런 무형의 경쟁력에 금융권과 정부ㆍ공공기관, 제조업체들의 공동 노력이 더해진 덕분이지만 여기에 만족해서는 곤란하다는 게 김 상무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EPC 사업의 핵심역량인 유능한 엔지니어가 부족하고 기자재 산업의 경쟁력도 아직은 취약한 수준이거나 능력이 있는 중소업체들도 대외에 알려 인정받기 위한 노력이 소홀하다는 것이다. 김 상무는 “업계와 정부가 힘을 합쳐 인력 풀(pool) 등 인재를 육성해낼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라며 “기자재 업체들의 저변을 확대해 대형업체들과 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