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牧民心書'를 다시 권하며

황원갑 <소설가ㆍ한국풍류사연구회장>

[기고] '牧民心書'를 다시 권하며 황원갑 황원갑 백성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백성도 없고 나라도 없으면 벼슬아치가 어찌 있을 수 있으랴. 하지만 공직자들이 백성의 공복(公僕)이란 사실을 외면한 채 참주인인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것은 왕조나 민주화시대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조선왕조가 망한 지 약 100년,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광복이 된 지도 60년이 가까워오건만 관직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공무원들이 참주인인 백성을 우습게 여기는 못된 풍조는 좀처럼 사라질 줄 모르니 이는 무슨 까닭인가. 백성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공직자의 권한은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건만 오늘날 공직자를 보면 임명직이든 선출직이든 국민의 눈치를 보기에 앞서서 최고권력자를 비롯한 상급자들의 눈치만 살피니 어찌된 노릇인가. 한마디로 이는 수양이 안됐기 때문이다. 좋은 머리를 타고나 좋은 학교를 다녔지만 인간공부가 덜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공직자들의 필독서라고 할 수 있는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의 ‘목민심서(牧民心書)’ 읽기를 다시 한번 권하는 것이다. ‘목민심서’가 다산이 남긴 불세출의 명저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 책을 제대로 새겨서 읽어본 사람은 드문 듯하다. 많은 공직자가 이 책을 제대로 읽고 제세구민(濟世救民)하려는 다산의 인본주의ㆍ애국애민사상을 마음 깊이 새겼더라면 오늘날 우리 사회가 이 모양은 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 12편 72조 48권으로 되어 있는 ‘목민심서’에서 ‘목민’이란 백성을 다스리는 것을 가리킨다. ‘심서’란 다산 자신이 유배당한 몸이기에 몸소 실천할 수 없으므로 마음속에 있는 것을 썼다고 해서 일컬은 것이다. 다산은 ‘목민심서’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군자의 학문은 수신(修身)이 반이요 나머지 반은 목민이다. 성인의 시대가 이미 오래됐고 그 말도 없어져서 그 도가 점점 어두워졌다. 요즈음의 사목(司牧)이란 자들은 이익을 추구하는 데만 급급하고 어떻게 목민해야 할 것인가를 모르고 있다. 이 때문에 백성들은 곤궁하고 병들어 줄을 지어 진구렁에 떨어져 죽는데도 사목된 자들은 바야흐로 고운 옷과 맛있는 음식에 자기만 살찌고 있으니 어찌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조선왕조 519년간 청백리로 표창받은 분은 모두 218명이다. 그런데 이 가운데 162명이 1392년 개국 이후 1592년 임진왜란 때까지 200년간 배출됐고 임진왜란부터 조선왕조 망국까지 319년간은 56명에 불과했다. 이는 임진왜란 이후 국정이 혼란해지고 탐관오리가 횡행하여 국운이 내리막길로 굴렀다는 반증이다. 다산은 이처럼 어지러운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고 도탄에 빠진 백성의 참상을 직시하여 벼슬아치들이 헛된 물욕과 공명심 따위를 버리고 진정으로 백성을 위해 봉사하는 공복의 길을 걸으라는 깊은 뜻에서 ‘목민심서’를 인고의 귀양살이 중에 저술했던 것이다. 다산은 ‘목민심서’에서 이렇게 개탄했다. ‘백성은 땅으로 논밭을 삼는데 관리는 백성으로 논밭을 삼는구나. 백성의 껍질을 벗기고 골수를 긁어내는 것으로써 농사짓는 일로 여기고 머릿수를 모으고 마구 거두어들이는 것으로써 수확하는 일로 삼는다.’ 濟世救民 사상 되새겨 볼때 그래서 다산은 이런 말로 탐학한 관리들을 경계했다. ‘만일 마음이 편안하고 담담해 족한 것을 알면 세상의 재물을 구해서 어디에 쓰랴. 청풍명월은 돈이 드는 것이 아니고 대울타리 초가집은 돈 쓸 일이 없으며, 책을 읽고 도를 이야기하는데 돈이 들지 않으며, 몸을 깨끗이 하고 백성을 사랑하는데 돈이 필요하지 않으며, 사람을 구제하고 만물을 이롭게 하는 데 돈이 남을 수 愎?것이다. 이렇게 자신을 성찰하면 세속 맛에서 초탈하게 될 것이니 탐욕스러운 마음이 또한 어디로부터 나오겠는가?’ 이는 또한 같은 책에서 말한 ‘선비의 청렴은 처녀의 순결과 같다.’ ‘청렴은 공직자의 본분이며 모든 선(善)과 덕(德)의 근원이니 청렴하지 않고 공직자가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와 일맥상통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공직자로서 참된 국민의 공복 노릇을 하려는 이들은 ‘목민심서’를 꼭 읽어보기를 충심으로 권한다. 입력시간 : 2004-07-09 18:05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