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기업 지방이전 서둘 필요 있나

참여정부의 핵심전략인 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이전계획이 지난 11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본회의에서 처음으로 확정됐다. 그러나 지방이전 대상 공공기관 178개 가운데 28개만 먼저 발표됨으로써 이전비용을 자체적으로 충당할 수 있는 이전 선도기관을 먼저 내려보내 차기 정부에서 혁신도시정책을 되돌릴 수 없도록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는 나머지 150개 공공기관도 차기 정권이 출범하기 전인 내년 초 이전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라지만 아직 일부 혁신도시에서 토지보상 지연으로 착공조차 되지 않아 계획대로 모든 이전이 이루어질지는 미지수이다. 혁신도시의 더 큰 문제는 공공기관 이전의 효율성이 떨어져 갖가지 부작용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우선 공공기관 직원 가운데 가족동반 이주 비율이 30% 남짓에 그쳐 ‘유령도시’가 될 위험을 안고 있다. 오죽하면 지난달 감사원이 “혁신도시가 이대로 가면 빈 도시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겠는가. 앞선 기술과 단말기는 완성됐는데 그 안에 담을 콘텐츠가 부족한 현상과 비슷하다 하겠다. 또한 새로 건설한 혁신도시가 인근 도시의 인구를 흡수하면 기존 도시가 급격하게 쇠락하는 폐해를 입을 우려가 높다. 공공기관 이전을 서두르다 보니 이전을 지원하기 위한 통일된 가이드라인도 아직 없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예컨대 이사비 지원과 관련, 어느 기관은 전직원에게 지급하고 어느 기관은 가족동반 이주직원에게만 주는 식이다. 또한 이전 후 2~3년에 걸쳐 지급되는 임직원 특별수당도 178개 공공기관에서 모두 지급하면 대략 1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이고 보면 효율성이 낮은 이전사업에 지나친 국력낭비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일단 던져놓고 다음 정부와 국민이 책임지라고 강요할 게 아니라 효율적인 대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거의 토지보상이 끝나가는 행정중심복합도시와 달리 상당수 혁신도시의 토지보상은 아직 시작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여야 대선후보들도 균형발전이라는 명분과 표만 의식해 입을 다물고 있을 게 아니라 합리적인 대안을 공약으로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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