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중국대학을 배우자

이두희 <고려대 대외협력처장 ㆍ경영학과 교수>

32층 쌍둥이 빌딩이 구름다리로 연결돼 거대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중국 푸단대학이 상하이시의 지원으로 12개의 다른 건물과 함께 짓고 있는 100주년 기념 강의연구동이었다. 한 지붕 아래서 만명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는 식당도 있었다. 지린대학의 학생식당이었다. 이 학교는 온 캠퍼스가 마치 한국의 신도시 건설장과 같이 총체적으로 새롭게 건설되고 있었다. 총장 집무실과 영빈관은 역사적 고택의 자부심과 함께했고 학생들은 아파트 단지에서 기숙했다. 공학 서열 1위로 부상한 베이징의 칭화대학이었다. 길 건너의 또 다른 대학에서는 중국 전통 건물을 통째로 영빈관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절도 있는 의전 절차는 외교관을 방불케 했다. 베이징대학이었다. 한 대학의 체육관 지하에 있는 2개의 농구장에서는 일반 학생들이 에너지를 땀으로 승화시키고 있었다. 신축된 수영장은 국제규격이라고 했다. 이 학교에는 건평 4만2,000평의 경영경제대학 건물도 올라가고 있었다. 사회과학 분야의 명문 인민대학이었다. 한 대학교의 국제화를 책임지고 있는 필자가 대외협력처장과 한중 21세기 학술포럼의 조직위원장의 자격으로 수차례 방문했던 중국 대학들의 강력한 첫 인상들이다. 중국의 대학들은 현재 강력한 개혁 중에 있다. 이러한 획기적 변화의 원동력은 ‘211 공정’과 ‘985 공정’이라는 대학개혁 프로그램이다. 선택과 집중의 전략에 따라 선정된 10개 대학에는 학교당 2년간 약 3,000억원의 막대한 자금을 국가가 지원했다. 목표는 세계적 수준의 대학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건물의 규모나 외형만이 대학의 수준을 가르는 것은 아니다. 연구와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허사에 불과할 것이다. 그런데 지난 2001년 말 현재 베이징대학 교수들 중 박사학위 소지자가 50~60%에 불과하다는 점은 명성에 비하면 충격적일 만큼 저조한 것이다. 지금은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범국가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칭화대학은 2001년도에 이미 산업공학과에 퍼듀대학의 교수를 학과장으로 초빙해 전권을 이양했다. 다음해에는 외국 명문대에서 초빙교수 18명을 영입했다. 대학들은 노벨상 수상자들을 초청해 장기 특강을 맡기기도 한다. 또한 해외 박사학위 유학생들의 귀국을 장려하는 정책을 다방면으로 펼치고 있다. 각 대학마다 세계적인 저명대학과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전략적 제휴는 이미 일상화돼 있다. 지극히 흥미로운 사실은 대학 경영에 철저한 자본주의적 자유경쟁체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과대학에 따라 연봉이 차별화되고 있고, 연구수행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와 학장의 평가에 의한 수당에 따라 개인 교수의 연봉도 차등 지급된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 대학이 오히려 더 사회주의적으로 보인다. 시안교통대의 경우 부총장 공개모집을 통해 하버드대학 출신의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를 영입했다. 대학의 경영자인 총장과 학장은 각각 55세, 50세가 넘지 않아야 첫 임명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젊고 개방적인 신지식층이 경쟁시스템을 만들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쟁체제와 더불어 국가가 지급하는 연구비 수준은 연구의 양과 질을 높이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칭화대의 경우 1년에 1,200억원 이상을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중국의 국제과학기술논문 수는 세계 5위에 이르게 됐고, 인용되는 논문의 횟수도 매년 3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올해 이공계 대학 졸업생 수는 8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학생들의 현장 경험도 풍부해서 중국 진출 한국기업에서도 환영받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중국은 현재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세계의 공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대학혁명이 지속된다면 10년 후에는 세계의 브레인 아카데미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중국 대학들의 이러한 열린 개혁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냉철한 전략적 판단과 절대적 지원으로 중국의 브레인 인해전술에 대응해야 한다. 왜냐하면 미래의 국가경쟁력은 브레인에 있고, 브레인은 대학에서 길러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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