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추경·감세등 총동원…내수 살리기 '올인'

"내수경기 위축 심각" 판단, 법까지 고쳐가며 부양책 추진<br>규제완화등 MB노믹스 속도전…국회 통과여부는 미지수


정부가 현행 국가재정법을 고쳐 세수초과분(세계잉여금)을 대거 경기진작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내수위축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명박 대통령도 13일 기자회견에서 내수위축의 속도가 너무 빠르면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부가 내수 부양을 위해 10조원을 추가 투입하려는 이유이다. 정부가 우선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법인세ㆍ유류세 인하 등 감세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재정 조기집행 등 예산 지출 확대에도 나선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규제 완화, 감세 관련 법률을 오는 5월 임시국회에 상정하는 한편 서비스산업 육성, 공기업 민영화, 조세 개편 방안 등도 발표할 예정이어서 MB노믹스의 속도전이 예고된다. ◇최소 5조원가량 내수 부양에 집행=이 대통령은 이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5월 임시국회를 열어 그동안 추가로 걷힌 세수를 올해 예산에 반영해 쓸 수 있도록 국회와 상의,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앙정부의 세계잉여금은 15조3,000억원. 이 가운데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에 5조5,000억원을 쓰고 공적자금과 국가채무를 잔액의 30%만 상환하고 나면 4조8,000억원이 남는다. 추경 편성이 가능한 금액이다. 그동안 기획재정부는 4조8,000억원을 법인세 등 감세 재원 등으로 사용할 예정이었으나 재정 지출 확대 쪽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우리 경제가 더 나빠지기 전에 대책을 미리 세워야 한다는 생각을 새 정부는 갖고 있다”며 앞으로 경제정책 운용 방향을 내수 진작에 두고 있음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재정부는 이미 지방교부금 정산분을 4월에 배정해 서민생활 안정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지방교부금 정산은 통상 9~10월 집행됐지만 전통시장 주차장 확보 등 지방 내수 활성화를 위해 선제적 조치를 취한 것이다. ◇국가재정법 개정 추진=더구나 대통령이 추경 편성까지 시사함에 따라 감세는 물론 예산 지출까지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는 소비나 투자 촉진을 위해 건설 등 SOC사업에 예산을 조기 집행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당초 올해 예산의 52%를 상반기에 집행하기로 했는데 이를 더 늘린 뒤 하반기에 모자란 예산은 지난해 초과세수 등을 반영한 추경예산으로 충당한다는 것이다. 또 공기업의 SOC 투자 확대 때 부족한 예산을 정부가 보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재정 적자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정부가 추진 중인 감세 및 경기부양 관련 규모는 단기적으로 지난해 세계잉여금은 물론 과표양성화 등으로 인한 세입여력 증대 효과를 감안할 때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내수 부양을 위한 ‘실탄’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재정법을 고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세계잉여금은 지방교부세 및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과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채무상환, 추경편성 등의 순서로 사용해야 한다. 또 추경예산 편성은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ㆍ대량실업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한 경우 등 세 가지 요건으로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다. 이를 고쳐 추경예산의 편성규모를 늘리고 요건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해 세수초과분 14조8,000억원과 올해 발생할 세수초과분을 포함해 추경과 감세 등을 놓고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내수 소비를 진작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MB노믹스 속도전 예고=총선을 의식해 미뤄놓았던 다른 부양책들도 쏟아져나온다. 정부는 우선 기업 관련 규제나 감세 관련 법률안의 국회 상정을 당초 6월에서 5월 임시국회로 앞당길 방침이다. 이 대통령이 5월 임시 국회에서 금융ㆍ기업 관련 규제를 신속하게 푸는 것이 좋겠다고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미 금융위원회는 금산분리의 3단계 완화 방안을 제시했고 공정거래위원회도 상반기 중 출자총액제한제를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당초 6월 임시국회 제출을 목표로 했던 법인세 인하와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등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관련 세법 개정안도 5월 국회 제출로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부는 18일 법인세ㆍ소득세 인하폭과 감세 추진 일정 등이 담긴 ‘조세감면 기본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의료ㆍ교육ㆍ관광 등 서비스산업 육성 대책도 이달 말까지 내놓을 방침이다. 정부는 의료 부문의 경우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 외국환자 유인ㆍ알선을 허용하고 해외 의료홍보를 강화하는 방안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교육 부문에서는 외국 교육기관 규제완화뿐 아니라 외국인학교 설립주체 자유화, 외국인학교 입학요건 완화 등을 통해 해외 조기유학 수요를 국내로 돌릴 방침이다. 6월까지 공기업 민영화 플랜도 나온다. 하지만 통합민주당은 이날 이 대통령의 5월 임시국회 개회 요청에 대해 “국회를 가볍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야당이 반발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나 출총제 등의 처리도 6월 이후 문을 여는 18대 국회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MB 노믹스 관련 법안이나 추경 편성안이 원안대로 통과될지도 미지수다. 현재 민주당 등은 법인세 인하 등에 대해 “대기업에만 혜택을 주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