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말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연설 등을 통해 구체화된 양극화 해소 및 재원마련 대책에 대해 민간연구소들의 비판적 보고서가 줄을 잇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몇 년간 국책연구기관 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정부정책에 대한 뚜렷한 반박 보고서가 없던 점과 상반되는 모습이어서 주목된다. 수위가 높기로는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경제 양극화, 중산층 육성이 해결책이다’라는 보고서가 단연 앞선다. 보고서는 “소득격차 완화에만 초점을 맞춘 정부정책은 문제 인식단계에서부터 잘못됐다”며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양극화는 산업구조의 성숙과 세계화, 교역자유화 진전, 중소기업 침체 등 다양한 문제와 맞물려 생긴 현상인데 단지 세금으로 소득을 이전한다고 해서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 양극화를 해소한다며 세금을 더 거뒀다가는 오히려 중저소득층의 세금부담만 늘 수 있다는 지적도 포함됐다. 삼성경제연구소도 기업 CEO급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Seri CEO에 ‘최근 가계소득의 현황과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실으며 양극화 대책에 대한 제목소리를 냈다. 악화된 소득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경제 ‘파이’ 확대를 통한 분배개선이 먼저라는 게 주 내용이다. 자칫 성장을 도외시한 채 복지와 분배만을 강조하면 아르헨티나나 유럽처럼 경쟁력 약화, 재정 악화와 함께 복지병과 조세저항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경고도 곁들여 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이달 초 ‘정부역할에 대한 법경제학적 분석’이란 보고서를 내놓으며 커져만 가는 정부역할에 대한 우려를 표현했다. 정부의 목표는 자발적 창의성을 높여 생산성ㆍ경쟁력 향상을 유도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 정부가 보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개입으로 분배를 실현하려는 모습에 대해 ‘은근한’ 비판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민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이념적 성격의 차이를 제쳐두고서라도 연구기관들 사이에서 정부의 양극화 해소 방안이 문제가 많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아니겠느냐”며 “특히 여론향방을 읽지 못한 그간의 정책수립 과정은 비판받을 만하다”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