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마약탐지 기법도 "진화 또 진화"

세관원 노련한 육감에 이온스캔등 첨단장비 동원<br>최고 탐지견 복제 성공…내년부터 큰성과 기대도

마약류를 콘돔으로 포장한 뒤 삼켜 반입하다 적발된 마약사범의 X레이 촬영 사진. 위 속에 덩어리째로 남아있는 수십개의 마약류 형상이 뚜렷이 확인되고 있다.

수화물 검색 중 ‘MDMA(엑스터시)’ 에서 나타나는 마약류 특유의 신호를 포착하고 있는 이온스캔 장비 모습.

지난 2006년 말 인천항을 통해 중국에서 돌아오던 A씨. 그의 짐 속에 들어 있던 발렌타인 17년산 양주병은 누가 보아도 흔한 술병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세관원의 눈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양주병 속 양주가 정량보다 약간 모자란 것이 포착됐다. 마약검사를 실시한 결과 양주 속에는 무려 100g에 달하는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이 녹아 있었다. 양주에 열만 가하면 술은 증발하고 메스암페타민만이 고체 상태의 결정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데서 착안한 밀수였던 것이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마약밀수범들을 잡기 위해 세관은 늘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2006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적발되는 마약사범은 연간 7,000명 수준으로 ‘마약 청정국’에 속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서 1만649명을 기록했다. 마약 청정국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이처럼 신종 수법으로 들여오는 마약을 적발하는 기법도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 세관원의 노련한 ‘육감’과 ‘과학’이 결합돼 만들어내는 마약탐지의 세계는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마약탐지의 원리=인천국제공항 등 국내 주요 공항과 항만 세관에는 약 40명의 마약 전담요원과 30여마리의 마약탐지견이 배치돼 있다. 또 효과적인 단속을 위해 컨테이너 검색기, X레이 검색기, 이온스캔, 신변검색기 등 첨단 과학장비가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대부분 화물에 직접적인 손상을 주지 않고 내부 검색을 가능하게 하는 장비들이다. 이중 다소 생소한 이름의 이온스캔은 여행객의 가방 주위에 증기를 만들어 여기에 약한 베타선(β-ray)을 쪼이는 최첨단 탐지기법. 이로 인해 증기가 전기를 띤 이온이 되면 여기에 균일한 전기장을 가한다. 이로 인해 이온은 질량ㆍ크기ㆍ모양에 따라 각기 다른 이동속도를 가지게 되고 여기에서 얻어진 분광사진을 분석하면 폭발물이나 마약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신호만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첨단 과학장비를 피하기 위해 마약밀수범들은 다양한 수법을 활용하고 있다. 먼저 뱃속에 마약을 삼키고 들어오는 ‘스왈로(swallow)’ 방식. 주로 콘돔을 이용해 마약류를 포장, 이를 삼키고 국내에 들어온다. 위산 분비로 콘돔이 녹을 가능성 때문에 이들은 항공기 탑승 후 기내식 등 음식을 일절 섭취하지 않는다. 1월에도 일본인 B씨가 대마수지를 이 같은 방식으로 반입하려다 사전에 정보를 입수한 국내 세관당국에 꼼짝 없이 잡혔다. 여영수 관세청 대변인은 “위산에 녹거나 외부 충격으로 위 속 마약류가 흘러나올 경우 그 자리에서 사망에 이르는 매우 위험한 밀수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유사한 ‘스터프트(stuffed)’ 방식도 눈길을 끈다. 항문 등 인체 은밀한 부위에 마약류를 삽입하는 것으로 2006년 8월 세관당국은 호주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여성 여행자 C씨의 은밀한 부위에서 대마초 12g을 적발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스터프트 방식의 밀수범들은 걸음걸이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여 세관원의 ‘육감’으로 적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마약밀수범들이 가장 즐겨 쓰는 수법은 비닐에 마약류를 담아 종아리ㆍ복부 등에 덮어씌우는 이른바 ‘보디팩(body-pack)’ 방식. 소량의 마약을 운반하는 만큼 가장 손쉬운 보디팩 방식의 식별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게 세관당국의 설명이다. ◇복제 마약탐지견 내년부터 활동=이처럼 목숨을 걸고 기상천외한 위장수법을 사용하는 마약밀수범을 잡기 위해 주요 공항ㆍ항만에는 늘 세관원의 탁월한 육감과 첨단과학이 한데 어우러진 철통 감시체계가 가동되고 있다. 그러나 공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약탐지견(drug detector dog)’이야말로 인간과 과학의 힘을 압도하는 최고의 마약탐지 기법이라고 세관당국은 강조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마약탐지견에 의한 마약 적발실적은 67건으로 전체 184건의 3분의1을 훌쩍 넘어선 상태다. 관세청의 한 관계자는 “인간보다 20~40배가 많은 후각세포를 갖고 있는 마약탐지견을 피하기 위해 마약밀수범들은 은닉한 마약류에 다른 자극적인 향기를 내뿜는 물건을 섞지만 고도로 훈련된 탐지견에 의해 여지없이 적발된다”고 설명했다. 탐지견은 마약 냄새를 맡으면 해당 화물 앞에 앉거나 화물을 따라가면서 발톱으로 긁는 등 특유의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특히 ‘체이스’라는 이름의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은 국내 최고의 마약견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관세청은 체이스에 체세포 복제 기술을 적용, 7마리의 복제견을 확보하는 데 성공해 최근 화제를 낳기도 했다. 허용석 관세청장은 “‘투피’로 명명된 이들 복제견에 대해 우성 및 리더 선별, 사회성 테스트 등을 실시한 결과 탐지견 자질을 갖춘 것으로 판명됐다”고 강조했다. 7마리의 체이스 복제견들은 내년 6월까지 관세국경관리연수원 내 탐지견훈련센터에서 정규 훈련과정을 받고 마약탐지견으로 본격 활동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마약류, 어떤게 유통되고 있나 헤로인·필로폰·MMDA·대마초가 대표적

국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마약은 크게 ▦마약 ▦향정신성 의약품 ▦대마로 구분된다. 일반인도 많이 들어본 명칭인 헤로인과 코카인은 '마약'에, 소위 '엑스터시'로 불리는 MDMA(사진)는 향정신성 의약품에 해당한다. 이밖에 '마리화나'로 불리기도 하는 대마초는 대마로 분류된다. 다음은 주요 마약류의 제조방식과 특성. ◇헤로인=물이나 알코올에 녹는 백색분말 형태로 쓴맛을 특징으로 한다. 마취ㆍ진통ㆍ진해제로 모르핀보다 3~4배 이상의 효과를 낸다. ◇메스암페타민=이른바 '필로폰'으로 불리는 대표적인 각성제. 냄새가 없고 무색 혹은 백색의 결정성 분말이다. 마황에서 에페드린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발견돼 1941년 대일본제약이 'PHILOPON'이라는 상품명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MDMA='엑스터시' '도리도리'로 더 잘 알려진 알약 형태의 마약류. 혈압ㆍ체온 상승, 근육 긴장, 동공 확장의 신체증상과 더불어 긴장이 풀리고 도취감, 의식 상실, 방어력 상실 등의 정신증상을 수반한다. ◇대마초=대마의 잎과 꽃에서 얻어지는 물질로 대마에 함유된 '테트라 하이드로 카나비놀(Tetra hydro cannabinol)' 성분이 강력한 진정ㆍ환각작용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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