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실적 부진에서 촉발된 ‘삼성 위기론’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반도체와 PDP 부문의 실적악화에 따라 일부 전자계열사들이 인원조정과 사업 재배치를 추진하는 상황을 대대적인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룹 고위 임원은 26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중에 워낙 (삼성전자 위기설에 대한) 소설이 많아서 구체적인 실적 수치를 갖고 나왔다”며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은 없다”며 위기론을 일축했다.
실제 삼성의 상반기 그룹 성적표는 그다지 나쁘지 않다. 오히려 금융부문이나 중화학ㆍ서비스 계열사의 경우 이익이 60~85%나 급증하며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부문을 제외하면 LCDㆍ디지털미디어ㆍ휴대폰ㆍ생활가전 등의 수익구조는 눈에 띄게 개선됐다.
향후 전망도 비교적 밝은 편이다. 삼성측은 단지 경기 싸이클에 따라 불황을 겪고 있을 뿐이라며 항간의 위기설을 부인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메모리 영업이익률 16%는 해외 경쟁사들과 비교도 안되는 좋은 실적”이라며 수치까지 들어 해명하고 나섰다.
삼성은 다만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맞춰 전자계열사들의 사업구조를 바꾸는 체질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사는 분명히 했다. 삼성 관계자는 “인원의 10%를 일률적으로 다 내보내는 일은 없다”면서도 “한정된 회사, 한정된 부분에선 그럴 수도 있다”고 말해 삼성전자, 삼성SDI 등 일부 전자계열사의 인원조정을 시사했다.
삼성은 이미 경쟁력 강화의 4대 원칙으로 ▦신수종 사업 발굴 ▦사업간 재편 ▦불요불급한 비용 축소▦인력 재배치를 각 계열사에 지시해놓고 있다. 삼성의 고위임원은 “네가지 원칙 하에 그룹의 공통기준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계열사 사장들이 체질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 “세계의 어느 일류기업을 봐도 계속 고도성장을 하는 기업은 없으며 점프했다가 다지는 기간이 필요하다”며 “삼성전자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고도성장을 한 이후 올해부터 1,2년 성장동력을 다지고 시기”라고 지적했다.
그룹 관계자는 “그룹 전체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과 개별 사업의 체질개선과 인력재배치 등은 따로 떼어 생각해야 한다”며 획일적인 구조조정은 절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룹 주변에서는 이 같은 삼성의 해명에 대해 당초 의도와 달리 일부 사업부문 조정이 과도하게 해석되면서 여러가지로 부담감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 소장이 이날 제주에서 열린 대한상의 최고경영자 대학에서 “삼성의 위기는 내부용일 뿐”이라며 “2004년 사상최대 실적이후 쌓인 팻(fatㆍ지방)을 빼기 위해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진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마디로 삼성의 위기가 대외적으로 과장되면서 빚어진 파장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