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회의는 포스트 2012 이후 의무감축 대상국 범위를 넓히는 것 외에 조림, 해양, 원자력,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기술(CCS) 등을 탄소배출 실적으로 인정하는 것도 주요 이슈였다. 지금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공정개선 등 몇 개 분야만 이산화탄소 감축 실적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를 넓히자는 것이다. 조림ㆍ해양 등이 탄소배출권으로 인정받게 되면 해당 분야의 개선실적을 돈을 주고 사고 팔 수 있게 된다.
이번 발리 회의에서 신규 조림 및 재조림이 아닌 산림보전도 탄소배출권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기존의 산림을 보전하는 것도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한다는 논리다. 산림보전이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게 되면 탄소배출권 시장이 커지는 것은 물론 산지가 많은 한국을 비롯, 열대림을 보유한 국가들이 한결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산림과 함께 CCS도 탄소배출권으로 인정하는 문제도 쟁점 가운데 하나다. CCS는 말 그대로 이산화탄소를 포집ㆍ저장하는 기술로 미국이 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산유국들도 활발히 연구 중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은 앞으로 회의에서 CCS에 대한 탄소배출권 인정을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발리 회의에서는 CCS는 온실가스 감축이 아니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과 기술적 진보에 따른 결과물이기 때문에 인정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밖에 해양과 원자력도 논의대상에 포함된 상태다. 특히 삼면이 바다인 한국은 해조류의 온실가스 감축을 탄소배출권으로 인정해줘야 한다며 국제사회에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원자력도 프랑스ㆍ한국 등 원자력 발전 국가를 중심으로 탄소배출권 인정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단 발리 회의에서는 조림에 대해 추가 논의를 해보자는 것 외에 CCSㆍ해양 등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뚜렷한 합의나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CCS 등을 포함시킬 경우 탄소배출권으로 인정하는 분야가 너무 많아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탄소배출권이 너무 많아지면 탄소배출권 가격이 폭락하는 등 오히려 온실가스 감축에 부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발리 회의를 토대로 앞으로 진행될 온실가스 감축 협상에서는 국가별 목표치와 방법 등과 더불어 탄소배출권 확대를 놓고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이것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한국의 경제적 부담 및 영향도 달라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