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터넷과 대학문화

사이버대학교엔 특별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인터넷이 만들어낸 독특한 문화다. 이 문화를 만드는 것은 바로 교수와 학생들인데 마치 그들은 인터넷에 중독된 것처럼 24시간 대화와 토론을 멈추지 않는다. 실제로 입시기간인 지난 1개월간은 무려 1만2,000건의 게시물이 올라와 재학생들과 지원자간의 교류가 이루어졌다. 사실 처음에는 저러다 말겠지 하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생각했으나 어느 새 나도 중독자가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수시로 게시판을 확인하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검토하여 학교운영 정책에 반영시키곤 한다. 학생들 뿐만 아니라 지나가던 나그네 격으로 사이트에 잠시 들렀다 가는 사람도 혹 궁금한 것이 있어 교수들에게 질문을 하면 빠른 시간에 바로 답변이 올라온다. 아무것도 아닌 일 같지만, 일반 오프라인 대학에서 지나가다 잠깐 들러 교수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는 것, 학교에 대한 직설적인 비판을 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또 다른 특징은 사이버대학을 운영하는 사람이나 방문하는 사람들은 방문자 숫자에 관심을 많이 갖는다. 즉, 홈페이지의 방문자 숫자를 늘려 자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반 포털업체와 같은 특징을 갖는다는 점은 재미있는 현상이다. 상위 몇 개 학교의 방문자 점유율이 50%를 넘어가는 것까지도 비슷하다. 학생들과 지원자는 사이트의 활성화 정도를 통해 학교의 인기도를 평가하기도 한다. 며칠 있으면 내가 재직하고 있는 서울디지털대학도 오리엔테이션을 진행된다. 인터넷을 통한 만남이 오프라인 모임으로 이어지는 커다란 순간이 오는 것이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충분히 교류를 가진 학생들은 열린 마음으로 함께 공부하게 될 학우들을 만나게 된다. 첫 만남에 대한 기대로 학교 게시판에는 까만 글씨들이 가득하다. 세대를 뛰어넘는 훈훈한 정, 엄청난 흥분과 열정, 식지않는 지성의 날카로움, 이 모든 것들이 숨어있는 공간이 사이버대학이다. 모두에게 열려져 있는 인터넷 문화가 대학문화까지도 바꾸고 있는 것이다. 대학의 문화를 학생과 교수가 어우러져 그들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 얼마나 이상적인 모습인가. 더 이상 내가 총장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 없어진다는 것이 두렵기는 하지만…. <안길수기자 coolas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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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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