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움직임이 다시 정체됐다. 지난 10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를 4.8%로 0.25%포인트 전격 인상한 후 금리는 상승압력을 받는 듯 보였지만 채권시장은 이내 정상을 회복했고 지난 주말까지 금리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 4.8%였던 국고채 3년물의 수익률은 지난 주말 4.76%를 기록했다. 최근 보름여 동안 금리는 4.7% 중ㆍ후반에서 제한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리가 이처럼 한 수준에서 머물고 있는 데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금리의 방향을 바꿀만한 새로운 변수가 없기 때문이다. 금리정책과 관련, 비록 정책금리가 전격 인상됐지만 더 이상의 콜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채권시장의 중론이다.
또 현재 국내경기는 정점을 지나 둔화추세에 있으며 물가 상승압력은 크지 않다는 인식이 이미 오래 전부터 형성돼 있다. 여기에 채권수급 측면에서 우호적 환경이 조성돼 있으며 특히 8~9월에 채권 수요우위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점은 각종 채권관련 통계와 재경부 및 한은의 코멘트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정책ㆍ경기ㆍ수급 측면의 이런 환경은 채권시장에 우호적인 것임에 틀림없지만 이미 상당기간 이전부터 형성되어 온 ‘낡은’ 재료로, 더 이상 금리 하락의 모멘텀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는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현재의 채권가격이 그리 싸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8월에 콜금리가 4.5%로 인상된 반면 3년만기 국고채수익률은 전주말 기준 4.75%로 둘 간의 금리차이는 0.25%포인트에 불과하다. 또 국고채권 사이에서도 3년만기 채권과 5년만기 채권의 금리차는 불과 0.03~0.04%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주요 채권간의 금리차이가 작다는 점은 상대적인 측면에서 채권가격이 비싸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정책ㆍ경기ㆍ수급 측면에서 아무리 우호적인 환경이 형성돼 있더라도 가격이 비싸다면 매수세는 주춤거릴 수 밖에 없다.
물론 주변여건이 우호적이어서 채권가격이 급락할 위험이 크지 않고 따라서 채권보유자의 이익실현 욕구도 크지 않다. 이는 채권매수세의 망설임에도 불구하고 금리의 상승압력은 크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월말로 접어드는 이번 주에는 7월 산업생산과 8월 수출실적 및 물가동향 등 각종 경제지표의 발표가 예정돼 있다. 집중호우, 자동차업계의 파업 등으로 7월 지표는 부진하게, 8월 지표들은 대체로 전월보다 높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런 전망들 조차도 이미 채권시장에 선반영되고 있어 실제 발표되는 지표가 얼마나 금리에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가격부담이 큰 상황에서 경제지표가 시장예상을 넘어선다면 금리가 반등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