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도서정가제 놓고 논란 가열

도서정가제 놓고 논란 가열 『책 없이, 서점 없이 무엇으로 어떻게 지식사회를 구축하겠다는 것인가. 도서정가제가 무너지면 영세한 서점들이 문을 닫는다. 출판사는 값싼 저질 도서만 펴내고 양서는 꿈도 못 꾸는 등 출판산업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릴 것이다.』(김언호 한길사 대표) 『도서정가제 의무화 규정은 소비자 주권을 침해하고 전자상거래를 위축시키는 독소조항이다. 특히 위반시 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것은 도서정가제를 유지하고 있는 일부 선진국에도 없다.』(이강인 「YES24」 대표) 문화관광부가 입법예고한 「도서정가제 의무화」를 놓고 출판계·대형서점과 인터넷 업체간에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일 322개 단행본 출판사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는 긴급 회의를 갖고 할인 판매를 실시하는 인터넷 서점과 여기에 책을 공급하는 서적 도매상에 납품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한국출판협회도 11일 비상 긴급 이사회를 갖는 등 다각도의 대책을 강구 중이다. 이에 맞서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지난 7일 『이번 납품 거부 결의는 담합행위』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실정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주도록 요구했다. 또 「예스24(yes24.com)」를 비롯한 인터넷 서점업체들은 네티즌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와 함께 도서정가제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도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부당성을 홍보하기로 했다. 이처럼 도서정가제가 핫 이슈로 떠오른 것은 문화관광부가 지난달 초 「모든 출판물을 정가 판매하도록 하고 할인 판매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 「출판 및 인쇄진흥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부터. 이에대해 인터넷 서점업체와 네티즌들은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인터넷 서점 사업을 하지말라는 얘기』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공정위도 『시장경제원리에 어긋난다』며 제동을 걸었다. 파문이 확산되자 문화부는 지난 6일 공개토론회를 마련하고 출판사, 대형서점, 서점조합회, 인터넷 서점 등 관련 업체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도 팽팽한 입장차이만 확인하고 끝났다. 이창연 한국서점조합연합회장은 『책도 할인판매하면 소비자가 이익을 얻다는 논리는 책의 특성을 무시한 단순한 발상이다. 도서정가제는 중·소형 서점을 보호하고 신인 저작자의 등장을 유도하는 등 장점이 많은 만큼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종진 출협 사무국장도 『정가제가 무너지면 아무리 할인을 받아도 싸게 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출판사들은 백화점의 사기 세일처럼 책값을 높인 뒤 할인율을 적용하려 할 것이기에 때문에 소비자에게는 전혀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강인 YES24 대표는 『소형서점의 어려움은 참고서 시장의 붕괴에 따른것이지 온라인 서점의 할인판매로 빚어진 것만은 아니다. 온라인 서점의 등장으로전체 출판물량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 효과가 많다.』고 반박했다. 황인석 와우북 대표도 『이미 대형 할인매장 등에서 할인판매를 해왔고 일부 출판사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 온라인 서점이 우리나라 출판계의고질적인 유통 난맥상을 해결할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그렇다면 대형서점과 소형서점,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공존을 모색하는 방법은 없는가. 이날 공청회에서는 『앞으로 20%를 초과해 할인하는 출혈경쟁은 하지 않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이강인 대표), 『도서정가제의 효용은 인정한다. 그러나 전자상거래의 확대 추세를 돌이킬 수 없다면 서비스 개선 등의 개선책을 마련하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는가』(조유식 알라딘 대표) 등 타협 의견도 나왔다. 일부에서는 인문·사회과학 서적 등 학술교양서는 정가제를 지키고 가벼운 잃을거리나 재고 도서는 할인을 해주는 방안을 보안책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방안도 미봉책에 불과하다. 회원 모집에 급한 후발 인터넷 서점들이 할인률 양서-베스트셀러 분리 등의 원칙을 지킬 리 만무하다. 이래저래 출판 산업이 정보화 시대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시험대에 오른 형국이다. 입력시간 2000/10/11 17:28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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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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