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물안개 싸인 금강산 아직도 눈에 선해…"

평양서 태어난 102세 美 매큔 할머니 '고향의 추억' 전해와

"지금도 물안개에 싸여 있던 금강산이 눈에 선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머세드시에 사는 102세의 에블린 매큔 할머니는 자신의 고향인 평양에서의 추억을 아직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지난 1907년 평양에서 태어나 10세 때까지 그곳에서 자란 이 벽안(碧眼)의 할머니는 아버지와 남편ㆍ시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1970년대 초반까지 대학 강단에서 한국문화를 연구했다. 지금까지도 한국문화도서로 읽히고 있는 '한국의 미술(1962)'의 저자이기도 하다. 선교사이자 교육자였던 부친 아서 베커(한국명 백아덕)는 연세대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의 초기 학감과 화학과 교수로 재직(1915~1940년)하며 한국 과학교육의 기초를 다진 인물이다. 평양에서 어린 시절 친구로 함께 자랐던 남편은 한국어를 외국어로 표시하는 표기법 '매큔-라이샤워 체계'를 만들었고 1948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초기 한미관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시아버지는 평양숭실학교 설립자로 일본의 식민지 정책을 강하게 비난했던 선교사 S 매큔(한국명 윤산온)이다. 매큔 여사는 19일 미주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창한 한국말로 "금강산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며 지금도 장맛비 물안개에 싸여 있던 금강산이 눈에 선하다"며 가슴에 품고 있는 고향의 풍경을 추억했다. 그는 또 "아직도 잠들기 전 신사임당이 그린 초충도(草蟲圖)를 보며 잠에 빠져 든다"며 진한 한국 사랑을 표현했다. 90여년 전의 유년시절 이야기지만 매큔 여사는 당시의 기억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는 "여름이 되면 원산 해수욕장에서 수영복이 마를 시간도 없이 수영을 했고 해가 기울면 아낙네들이 모여 남편 흉을 보는 등 얘기를 나누며 긴 밤을 보냈다"며 "그게 한국식 사랑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댕기머리를 날리며 처녀들이 그네 타는 모습은 아름다웠다"며 "한국 사람들은 가난했지만 웃음을 잃지 않았고 고난을 낙천적으로 이겨내는 아름다운 민족"이라고 추억했다. 그는 연세대 출신 UC머세드 강성모 총장과의 일화를 소개하며 "그가 찾아와 '여사님의 아버지가 젊음을 바친 대학교에서 과학도의 꿈을 키운 청년이 수십 년이 지나고 지구 반바퀴를 돌아 당신이 사는 도시의 대학 총장이 됐다'고 말했을 때 가슴이 뭉클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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