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출범 이후 가장 강력하고 다양한 부동산대책이라고 평가되는 이번 대책의 발원지는 노무현 대통령이다. 지난 2003년 10ㆍ29대책이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의 작품이었던 것과 달리 8ㆍ31대책은 노 대통령의 발언에서 잉태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정부 부처와 여당은 투기대책에 ‘올인’했으며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는 대통령의 발언수위를 따라잡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발언이 결과적으로 시장에 잘못 전달돼 혼선을 가중시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국민과의 대화’에서 주부의 질문에 답한 것이기는 하나 “강남 재건축아파트 사서 기분 좋은 사람이 언제까지 웃을지 의문이다”는 식의 발언이 계층갈등을 부추겼다는 비판도 적지않다.
올들어 노 대통령의 첫 언급은 2월25일 국회 국정연설에서 나왔다. 노 대통령은 “부동산시장만은 투기와의 전쟁을 벌여서라도 반드시 안정시킬 것”이라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3월 건설교통부 업무보고에서는 “부동산 투기는 필요악으로도 용납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투기는 투기고 건설경기는 건설경기다. 건설경기를 살리면서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시장에서는 부동산 투기를 잡겠지만 그렇다고 건설경기까지 위축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4월 재건축대책, 5월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 확대, 국세청 세무조사 등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치솟자 발언수위도 높아졌다. 5월4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아무리 어렵더라도 부동산을 통해 경기를 살리는 노력은 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같은 달 3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부동산시장의 거품은 경제 시스템의 위기를 초래하기 때문에 정책수단의 불일치가 없는지 특별히 점검하라”고 주문했다. 급기야 6월17일 청와대에서 열린 당정청 부동산 정책간담회에서는 ‘기존 정책의 전면 재검토’라는 결론이 도출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노 대통령이 직접 8ㆍ31대책을 챙기며 강도를 높여온 셈이다.
혼선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도 없지 않다. 노 대통령은 3월 건교부 업무보고에서 “규제만으로는 안 되고 공급정책도 필요하지만 서울에서 공급확대는 곤란하다”고 말했으나 이번 대책에는 200만평 규모의 송파ㆍ거여지구 개발방안이 포함돼 결과적으로 대통령이 식언을 한 셈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집값 안정을 위한 공급확대 정책이 오히려 투기를 낳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않다.
노 대통령은 하늘이 두쪽 나도 부동산 투기만은 잡겠다며 투기와의 전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청와대의 장담처럼 부동산 불패신화가 이번에 깨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정문수 경제보좌관은 “일부에서 2년 반 동안 군대간 셈치고 기다리면 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그렇게 판단했다면 차라리 직업군인이 돼야 할 것”이라며 정책효과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