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 앤 조이] "강우석 감독 믿었기에 주저 없이 함께 했다"

새 영화 '한반도' 최민재역 조재현



인터뷰를 위해 서울 충무로 시네마서비스 사무실에서 만난 조재현의 얼굴은 밝아보이지 않았다. “영화 보셨냐”고 물으며 담배를 한대 피워 문다. 야심차게 출연한 ‘한반도’가 언론에게 별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어쩐지 상심한 모습이다. 하지만 그의 연기와 그의 생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조재현은 점점 예의 그 ‘에너지 넘치는 배우’로 돌아와 있었다. 세간의 평가야 어떻든 자신에게만은 당당한 자신감. 배우 조재현의 태생적 모습이다. 강우석 감독에 대한 이야기부터 물었다. ‘흥행감독’과 작업한 느낌이 어떤지 묻는 질문에 “자기 작품에 대한 확신이 대단한 분”이라며 “그런 확신이 함께 하는 배우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라고 대답한다. 조재현은 본능적인 배우. 성실하게 준비하고 매 장면 혼신을 다 한다기보다는 그저 연기하는 장면에 자신을 던져 놓는다. “연기하다 보면 어느새 서서히 감이 올라가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100%가 된다.” 이것이 조재현이라는 배우의 스타일이다. 그러나 ‘한반도’를 준비하면서는 그러지 못했다. ‘한반도’의 강우석 감독은 배우에게 많은 준비를 요구하기로 유명한 사람이기 때문. “촬영 전에 미리미리 70~80%까지 감을 올려 놔야 했다”며 어려움을 털어 놓는다. 그래서 이번 연기를 위해서는 사전에 준비를 많이 해야 했다. 잃어버린 대한제국의 국새를 찾는 역사학자 최민재를 연기하기 위해 사료도 찾아보고 공부도 많이 했다. 그런데 아무리 책을 뒤져봐도 느껴지는 게 없었다. 정작 조재현이 한일관계와 우리나라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은 촬영이 시작되면서부터. 연기하다 보니 영화 속 최민재의 심정을 자연히 알게 되더라는 그는 최민재를 연기하면서 자신도 어느새 애국청년이 된듯한 기분을 느꼈다고 말한다. 사실 조재현로서 ‘한반도’같이 대규모 제작비가 들어간 블록버스터 영화는 처음. 오히려 조재현은 한때 ‘독립영화 전문배우’라고 까지 불릴 정도로 작품성 있는 작은 영화에 특히 열정을 보였던 사람이다. 오직 연기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다양한 연기를 섭렵했다.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같은 강한 드라마부터 ‘맹부삼천지교’같은 가벼운 코미디까지 장르도 가리지 않았다. 그러다 찾아온 것이 ‘한반도’다. “처음에 강우석 감독이 나를 불렀을 때는 함께 상업영화를 찍자는 줄 알았다.” 하지만 영화는 의외로 실제 역사와 가상의 이야기가 버무려진 ‘팩션’. 강우석 감독의 확신을 믿고 영화에 참여했다. 조재현은 이번 작업을 통해 스스로 많이 배웠다는 생각이다. 영화계 데뷔 초기 운동권 청년역을 많이 맡아서 붙게 된 별명이 ‘운동권배우’. 하지만 정작 운동권 청년 연기를 하면서도 사회와 역사에 대해 생각해 본적은 없단다. 조재현은 “그때의 연기는 빈껍데기 같았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오히려 자신이 ‘한반도’ 촬영이후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 같으면 북한 미사일 발사 같은 뉴스가 나와도 관심 없었을 거다.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라면서 영화 ‘한반도’를 통해 평소 자신이 가지지 못한 모습을 새롭게 발견했다며 의미있게 웃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식있는 배우’로 돌아갈 생각은 없단다. 그는 여전히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는 배우이길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자기자신을 영화배우나 탤런트 등 특정 직업으로 부르는 것을 거부한다. “그냥 배우라고 불렸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소망. 조재현은 “특별히 정해진 것 없이 여기저기 부유하는 것도 좋지 않냐”고 말하는 자유로운 배우다. 그래서 언제라도 다른 분야에 도전할 준비가 돼 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TV드라마도 할 것이고 연극에도 다시 돌아가고 싶어한다. 특히 지난해 공연했던 연극 ‘에쿠우스’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에쿠우스의 연출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는 조재현. 언제나 한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전방위로 튀어나가는 그이기에 사람들은 그를 ‘에너지 넘치는 배우’라고 말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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