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들, '관치(官治) 금융'에 `알아서 기기'

은행들 '관치 금융'에 '알아서 기기' 시중은행들이 최근 신용불량자 대책과 수수료 인하 등 정부 정책과 방향을 맞추느라 속병을 앓고 있다. 은행들은 최근 정부의 신용불량자 대책 발표에 호응해 잇따라 개별 지원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금융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당국의 지적을 받고는 앞다퉈 인하계획을 발표, '알아서 기는' 형국을 연출하고 있다. 은행들은 신불자 지원이 한마디로 '밑빠진 독에 물 붓기'로 손실이 뻔히 눈에 보이지만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하는 시늉만 내고 있으며 수수료 인하도 당장 시행할 것도 아니면서 일단 발표부터 하고 있다. ◆은행권 '알아서 기기' 백태 은행권은 최근 신용불량자 대책과 수수료 인하, 금감원 인사 영입 등에서 보여준 각종 행태들을 스스로도 '알아서 기기'로 평가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각종 대책들이 기대한 만큼 실효성을 갖기 힘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부의 신용불량자 대책에 호응해 개별 대책을 내놓은 곳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신한은행, 조흥은행 등 4곳이다. 그러나 이들 은행은 생계형 자영업자에게 최고 2천만원 한도로 자금지원을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한도대로 집행하기가 쉽지 않으며 자금지원대상도 많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가 79%의 지분을 보유한 우리은행은 그나마 자금지원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애쓴 흔적이 보이지만 다른 곳들은 흉내만 낸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4일부터 연간 매출 4천800만원 이하의 영세자영업자 중 부양 가족이 있는 가구주가 창업할 때 2천만원까지 신규로 대출을 해주기로 했다. 이 은행은 또 창업전 컨설팅과 창업후 후원자를 구성, 연결함으로써 사후관리까지 지원한다. 하지만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조흥은행의 생계형 자영업자대책은 돈을 빌려주기싫은 속내가 짙게 베어나오고 있다. 하나은행의 자금지원 요건은 ▲지속적인 소득원이 있고 ▲총채무액이 5천만원이하이고 ▲하나은행이 최대 거래처여야한다. 대출금액은 2천만원까지 가능하지만 하나은행 대출금이 있으면 기존 대출금의 50% 이내로 제한되며 대출금액이 1천만원을 넘어가면 인적보증 또는 임차보증이 필요하다. 이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영세자영업자는 몇명 안될 것이라는게 은행 관측이다. 지난달 31일 신용불량자 대책을 내놓은 신한은행과 조흥은행도 2천만원까지 대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연대보증인을 필요로 하고 기존 대출잔액의 50%로 대출을 한정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기는 마찬가지다. 이와함께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조흥은행, 우리은행은 최근 잇따라 현금지급기등의 수수료를 인하한다고 밝혔으나 인하시기는 5~6월 중이어서 당장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는 않는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수수료를 계속 문제 삼고 있어 일단 호응한다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먼저 발표부터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과 외환은행, 씨티은행, 대구은행은 등은 또 최근 끝난 주총에서 금감원 인사들을 감사 등 임원급으로 영입, 논란이 됐다. ◆관치 논란 영세자영업자 자금지원과 수수료 인하 등은 시중은행장들이 연초 `금융대전'을 앞두고 부실을 줄이고 우량고객을 확보하며 비이자수익(수수료)을 최대한 늘리겠다던 방침들과는 완전 배치되는 것이다. 은행권은 이에 대해 "정부의 눈 밖에 나면 좋을게 없다는 인식이 짙게 깔려있다"고 전제하고 "가망 없는 자영업자에게 2천만원씩 돈을 빌려주는 것은 돈을 내다 버리는 행위"라는 입장이지만 드러내놓고 반발하지는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그러나 은행들이 애초에 돈을 빌려줄때 신용평가를 잘해서 부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했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도의적으로 책임을 져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그렇지만 은행권에 신용불량자 지원을 강제하지는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당국은 오히려 언론이 관치논란을 부추김으로써 시중은행들의 영세 자영업자 대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최근의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모습은 '관치금융' 논란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은행권이 자금중개자로서 공익적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국의 행정지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낳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대호기자 입력시간 : 2005/04/04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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