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오 신지는 역시 녹록치 않았다. 상변 흑대마의 바늘끝 같은 약점을 정확하게 찔러간 것이다. 당황한 장쉬에게서 실착까지 나왔다. 흑21이 그것이었다. 백이 22로 끊어 버리자 갑자기 판이 이상해졌다. 서봉수9단이 껄껄 웃었다. "승리가 눈앞에 보이면 기쁨에 겨워 눈이 멀어 버리는 것이지. 절정의 고수도 마찬가지야. 더구나 장쉬는 아직 어리니까…."(서봉수) 흑21로는 지금이라도 냉정을 찾고 과감한 사석작전을 생각했어야 했다. 참고도1의 흑1이 그것이었다. 백2에는 흑3으로 크게 씌워 버린다. 백16까지는 외길인데 그때 흑17로 실리를 차지했으면 여전히 흑이 여유있게 이기는 바둑이었다. 뒤늦게 흑23으로 씌웠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백24가 통렬했다. 백26으로 흑의 요석 2점이 잡혔고 계속해서 백28의 젖힘이 강력한 공격수가 되었다. "세력이란 게 아주 허망한 것이야. 한번 무너지면 그저 부담스러운 곤마의 덩어리로 변하는 법이지."(서봉수9단) 지금까지 별로 시간을 쓰지 않던 장쉬의 장고가 계속되었다. 흑41(12분)은 중원 방면에 큰 집을 기대하는 수였는데 다카오는 42로 강인하게 싸움을 걸고 있다. 흑의 응수가 곤궁하다. 참고도2의 흑1로 넘는 것이 부분적으로는 정수지만 백2면 또 흑3으로 연결해야 한다. 그때 백이 A로 순순히 잇지 않고 우변을 삭감하러 들면 흑이 더욱 곤란해질 것 같다. 문제가 심각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