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PI 바로 알기

요즘 국내 증권사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가 PI(Principal Investment), 즉 자기자본 직접투자이다. 이미 일부 증권사는 전담 조직과 인력을 확보하고 수천억원, 심지어는 조 단위의 투자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PI의 원조는 골드만삭스라고 할 수 있다. 투자은행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골드만삭스에서는 2만5,000여명의 직원들이 평균 52만달러의 연봉을 받고 있다. MBA 졸업생들의 취업희망 1위 투자은행이라는 게 이해가 된다. 투자은행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많은 국내 증권회사들도 당연히 골드만삭스를 벤치마킹 대상 리스트의 최상위에 올려놓고 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 회사의 차별적 역량인 PI에 관심이 모아지게 된 것이다. 골드만삭스가 PI를 시작하게 된 것은 지난 83년 투자은행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몇몇 주식에 장기투자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다행히 이러한 투자가 성공하게 되자 86년부터 고객들과 파트너십을 통한 공동투자의 틀을 마련했고 91년에는 PIA(Principal Investment Area)라는 명칭으로 사업부문을 본격 출범시켰다. 현재 PIA의 누적 투자규모는 총 20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PIA의 투자가 단독적 투자가 아니라 펀드형식을 통한 고객과의 공동투자라는 점이다. 100여년간 형성해온 고객들과의 폭넓은 관계와 깊은 신뢰가 이 사업의 원동력이다. 또한 PIA의 주요 투자 대상은 LBO나 MBO 같은 고난도의 인수합병(M&A) 거래, 구조조정, 벤처투자 등 리스크가 매우 큰 분야들인데 이 같은 영역에 대한 골드만삭스의 오랜 경험과 탁월한 전문성이 사업 성공의 필수적 요소였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사실 월가의 모든 투자은행이 PI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수익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난 리먼브러더스나 베어스턴스와 같은 투자은행들은 리스크는 물론 고객과의 이해상충에 대한 우려 때문에 PI에 대해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또한 PI가 언제나 높은 수익만을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다. 마치 PI가 골드만삭스의 주수익원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으나, 실제로 이 회사의 손익계산서를 보면 PI 수익이 총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9%, 2004년 6.5%, 2003년에는 3.5% 수준에 불과하다. 지금 일부 증권사들은 ‘자본시장통합법’에 대비한 대형화를 추진하면서 PI가 자기자본 확충을 실현할 수 있는 지름길이 돼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금융투자회사로의 성장을 위해 적극적인 자세로 개척해나가야 할 새로운 영역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열풍에 휩싸여 성급하게 진입하기에는 그리 만만한 사업이 아니라는 점을 환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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