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산사태로 터전 잃은 주민들 '망연자실'

전북 무주 죽장마을 폭탄 맞은 듯

"집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데 무슨 복구입니까. 아예 다 철거하고 새로 다시 지어야 할 판인데..." 4일 오전 폭우로 마을 뒷산이 무너지면서 삽시간에 주택 등 건물 11채가 쓸려내려간 전북 무주군 안성면 죽장마을은 한마디로 처참했다. 주민들은 거짓말처럼 갠 맑은 하늘 아래 드러난 참상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수십년 동안 살아온 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자리에는 1m에서 많게는 4-5m높이로 쌓인 진흙과 나뭇가지들이 메우고 있어 복구는커녕 발걸음조차 옮기기도 힘들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골목길은 산에서 흘러내린 물로 하천을 이뤘으며 한 켠에는부서진 건물 잔해와 냉장고, 장롱 같은 가재도구가 놓여 있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자식처럼 키워 온 감자와 고구마, 배추, 콩 밭은 사람 몸채 만한 바위와 뿌리째뽑혀 내려온 아름드리 나무가 뒤덮었다. 또 주민들의 자동차와 경운기, 트랙터 등 농기계는 아예 진흙 밑에 잠겨 버렸으며 지붕 턱밑까지 밀려온 토사로 땅 위에는 지붕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3일 새벽 산사태로 숨진 장모(61)씨 부부 집 안방에는 토사와 바위가 가슴 높이까지 들어차 있었고 주인 잃은 옷가지와 신발들이 널려 있어 당시의 처참했던 순간을 말해줬다. 마을 이장 이광로(46)씨는 "물이 밀려 들어오는데 아이들만 데리고 몸만 겨우빠져나왔다"며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날 뻔 했다"고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떠올렸다. 이처럼 마을 전체가 쑥대밭이 됐어도 주민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복구에 구슬땀을 흘렸다. 주민들은 날이 밝자마자 그릇이며 냉장고, 장롱 등 진흙에 파묻힌 가재도구를냇물에 씻어내는 등 살림살이를 하나라도 더 건져 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복구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오전부터 인근 부대 군인 30여명이 도착해 가재도구를 끌어내고 쌓인 토사를 치워보지만 일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 행정당국에서도 굴착기와 트럭을 동원, 복구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일손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주민 김진명(49)씨는 "출하 직전인 여름배추가 다 쓸려갔고 마을 전답에 심어놓은 작물도 대부분 쓰레기로 변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무주=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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