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만났나, 못 만났나.’
‘투명경영에 앞장서겠다’는 재계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경제단체장들이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만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장과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용구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15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긴급 회장단 회의를 가진 뒤 서둘러 국회로 향했다.
국회 대표들에게 이날 발표한 ‘기업경영 선진화를 위한 경제계의 다짐’이란 입장을 전달하면서 과거의 분식회계에 대한 면책 등에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들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및 김원기 국회의장만 차례로 예방했으며 당초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던 천 대표와의 면담은 불발로 끝났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천 대표가 이날 국회일정 등으로 워낙 바빠 시간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을 전달받았으며 경제단체측에서도 갑작스럽게 면담을 요청했기 때문에 이를 양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그러나 이번 면담 무산이 여당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및 기업도시법 강행처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일정이 워낙 빡빡해서 물리적으로 어려웠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명색이 경제단체를 대표하는 수장들이 직접 찾아왔는데 잠시 시간을 내지 않은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당이 재계가 강력 반대했던 법안들을 기업들의 의견을 거의 수용하지 않은 채 통과시킨 상황에서 경제단체장들과 만나 봐야 분위기만 어색하고 별로 할 말도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이날 경제단체장의 요청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면서 “어려운 경제를 위해 경제인들이 이런 데까지 오시지 않도록 정치인들이 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여옥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표는 또 “(증권집단소송법 시행은)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기업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지 기업을 망하게 하는 게 목적은 아니다”면서 “적절한 유예기간을 줘서 기업 스스로 투명성을 확보한다면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