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동전화 해지거부 횡포 심각

‘가입은 초고속, 해지는 나몰라.’이동전화업체들이 신규 가입 때는 온갖 편의를 제공하는 반면 해지 신청은 갖가지 이유를 들어 거부하고 있어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SK텔레콤 등 5개 업체 모두 이용약관에 어느 대리점에서나 해지가 가능하고 전화 팩스 우편으로도 해지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으나 이를 지키는 대리점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해 4월부터 법으로 금지된 ‘의무사용기간’을 멋대로 설정, 일정기간 해지를 원천봉쇄하는 일도 허다하다. 회사원 이모(42)씨는 지난달 의무사용기간 2년이 지난 H사의 이동전화를 해지하기 위해 가까운 대리점을 찾았다가 가입한 곳에서만 해지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가입한 대리점에서도 “의무사용기간이 3년”이라고 억지를 부려 본사에 수차례 항의한 뒤에야 간신히 해지를 할 수 있었다. 지난해 5월 또다른 H사의 이동전화에 가입한 대학생 박모(22)씨도 2개월 뒤 개인사정으로 해지하려다 대리점측에서 약관에도 없는 ‘3개월내 해지 불가’규정을 들어 거부하자 한국소비자보호원에 피해구제 신청을 내 민원을 해결했다. 대리점들의 이같은 횡포는 최근들어 더욱 심해지고 있다. 국내 휴대폰 가입자가 이미 2,500만명을 넘어 신규 가입자 유치가 어려워진데다 기존 가입자들의 의무사용기간이 대거 만료되면서 이탈자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보통신부 산하 통신위원회(위원회 윤승영·尹昇榮)는 최근 5개사의 전국 대리점 175곳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98곳이 해지 신청접수를 아예 거부했고 대다수가 본인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로 전화 팩스 우편을 통한 해지 신청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업체별 해지거부율은 한솔엠닷컴이 85.7%로 가장 높았고, 신세기통신 78.6%, LG텔레콤 77.4%, 한국통신프리텔 57.5%, SK텔레콤 10.4%로 나타났다. 통신위는 이에 따라 5개사에 총 1억8,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한편 해지거부 행위를 중단하고 유사사례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이동전화사들도 대리점의 횡포를 수수방관하고 있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S사 관계자는 “대리점들을 상대로 꾸준히 지도·감독하고 있다”면서도 “가입자가 떠나면 대리점에서 관리수수료를 받을 수 없는데 해지를 꺼리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결국 지도·감독은 말뿐이고 실상은 해지 거부를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이희정기자JAYLEE@HK.CO.KR 입력시간 2000/03/28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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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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