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5월 6일] "알게 뭐냐 고요"

"알게 뭡니까." 얼마 전 사석에서 관료 출신의 한 금융계 인사가 내뱉은 농담이다. 그는 "통상 고금리보다 저금리의 폐해가 더 큰데 기준금리 인상을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응답했다. 한마디로 저금리의 단물은 지금 향유할 수 있고 후유증은 차기 정권이 감당하면 되는데 현 정권이 "무슨 상관이냐"는 반문이었다. 그는 현 정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 계산도 해야 하고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라는 역사적 무대에서 '폼'도 잡아야 한다는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물론 농담이라 참석자들 모두 웃고 말았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그 관료가 여당에 몸담은 적이 있는데다 현 정부가 혹시 이 같은 유혹에 빠져 있지 않나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현재 여야가 '잃어버린 좌파 정부 10년'이니 '잃어버린 MB정부 2년'이니 하며 티격태격하고 있지만 어쨌거나 우리 사회가 정권 교체의 와중에도 한단계 성숙해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념적 차이를 넘어 과거 정권들이 다음 정부에게 남겨준 유산들도 많다. YS정부의 경우 외환위기를 불렀다고 비판받고 있지만 DJ정부에 '건실한 국가 재정'을 남겨줬다. 만약 재정이 부실했다면 DJ정부가 아무리 '금 모으기 운동'이다 뭐다 국가적 에너지를 결집시켰더라도 IMF 조기 졸업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난 1990년대 말 동남아 국가들이 튼튼한 재정에 힘입어 외환위기를 순탄하게 극복한 반면 재정이 거덜났던 아르헨티아 등 중남미 국가들은 20년 넘게 모라토리엄을 반복한 게 이를 증명한다. MB정부 역시 금융위기 극복의 측면만 놓고 보면 전 정권으로부터 물려받은 게 최소한 세가지 있다. 바로 건실한 재정, 고금리, 인위적인 경기부양이 적었다는 점 등이다. 금리ㆍ재정 등 정책 수단을 활용할 여지가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많으니 금리위기 극복도 그만큼 쉬울 수밖에 없었다. 우리 속담에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앗을 베고 죽는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현재가 급하다고 미래를 희생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현 정부가 금리 결정 등에서 혹시나 다른 유혹에 빠진다면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 정권이야 바뀔 수 있지만 한국 경제는 안정성과 영속성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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