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PDP 등 평판TV에 밀려 브라운관 TV 판매량이 해마다 줄어들면서 세계 브라운관 생산업체들이 일제히 강도높은 구조조정 작업에 나섰다. 21일 관련업체들에 따르면 삼성SDI, 마쓰시타ㆍ도시바합작사(MTPD), LG필립스디스플레이, 소니 등 한국과 일본의 주요 브라운관 생산업체들은 올 들어 채산성이 악화되는 브라운관 사업에서 잇따라 손을 떼거나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브라운관의 핵심부품인 브라운관용 유리와 편향코일(DY) 생산업체들 역시 사업비중을 줄이며 변화에 대처한다는 전략이다. 지금부터 60년전인 1947년 시장에 첫 선을 보인 브라운관TV는 인류 생활에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오며 ‘안방극장’ 시대를 열며 올해 환갑을 맞았지만 기술 변화에 밀려 무대에서 점차 밀려나고 있다. 브라운관업체들은 36인치 대화면 TV, 두께를 줄인 슬림 브라운관 TV 등을 생산하며 생존을 위해 기술개발에 나섰지만 ‘파괴적 혁신’ 기술을 앞세운 평판TV에 시장을 내주며 변신을 추진중이다. 브라운관TV는 이미 선진국 시장에서는 경쟁력을 상실, 평판TV에 자리를 내줬고 인도, 중국,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서 명맥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신흥 시장의 경우 무엇보다 가격경쟁력이 생존을 좌우, 선진국 전자업체들은 물론 인도업체들조차 자국 내 생산시설을 축소하거나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 소니, MTPD 등 브라운관 시대를 주름 잡았던 일본업체들은 이미 지난 1998년부터 브라운관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 오래 전에 자국내 생산라인을 모두 철수했다. ‘브라운관TV의 절대강자’ 소니는 일본에 이어 올해말까지 싱가포르 공장의 폐쇄를 추진하고 있다. 소니의 경우 브라운관을 고집하다 PDP사업은 아예 진입하지 못했고 LCD 역시 타이밍을 놓쳐 독자적으로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삼성전자와의 합작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소니는 세계 최초로 11인치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TV를 내놓는 등 차세대 사업에 전력을 쏟고 있다. 마쓰시타전기는 지난 4월 도시바와 합작으로 설립한 MTPD의 도시바 지분을 전량 인수,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한편 특수제품용 LCD와 AMOLED 사업을 위한 별도의 법인을 출범시켰다. MTPD는 지난 2004년 미국 뉴욕, 일본 히로 등에 이어 2005년에는 독일과 미국 오하이오 공장의 생산라인을 폐쇄하는 강도높은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 회사는 최근에는 태국, 인도 등 동남아 지역 생산규모를 줄이며 사업구조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업체들 역시 브라운관 사업의 무게중심을 빠르게 신흥시장 위주로 새로 짜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 2005년 독일 생산라인 전면 철수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국내 수원공장의 브라운관 생산라인의 폐쇄했다. 이어 말레이시아 2개 라인을 철수했으며 지난 7월에는 멕시코와 중국 톈진 법인의 생산라인도 각각 1개씩 문을 닫았다. 헝가리 공장의 생산라인 역시 줄이기로 해 2005년 30개에 달했던 이 회사의 브라운관 생사라인은 15개로 줄었으며 월간 브라운관 생산량도 400만개 이하로 떨어졌다. LG전자와 필립스의 브라운관 생산 합작 법인인 LG필립스디스플레이도 지난 5월 창원공장 철수를 시작으로 7월에는 브라질 공장에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LG필립스디스플레이는 국내 구미 공장의 와이드 라인을 철수하는 등 구조조정을 지속하고 있다. 인도의 비디오콘과 삼텔 등 신흥시장 업체들 역시 브라운관 사업에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비디오콘은 인도공장의 제2라인을 지난 8월 철수 햇으며 삼텔 역시 올 연말을 목표로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중이다. 브라운관업체들의 구조조정은 관련부품업체들에게까지 파장을 미치고 있다. 브라운관용 유리를 만드는 삼성코닝은 지난 9월 독일공장의 폐쇄 방침을 발표했으며 연내 국내 생산라인의 구조조정 역시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전기초자(NEG), 한국전기초지(HEG), 중국 ACBC 등도 브라운관 유리와 마스크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이처럼 브라운관 TV의 구조조정 작업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제품이 완전히 시장에서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는 지난해 1억3,0,32만대였던 브라운관 TV 판매가 오는 2011년 6,082만대로 5년새 절반 이상 줄어들겠지만 신흥시장과 저개발국가 등을 중심으로 꾸준한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현재 거세게 진행중인 브라운관사업의 재편이 완료되면 일부 업체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브라운관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금처럼 수요가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빠르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며 “성장의 한계에 브라운관 사업의 규모를 줄이고 원가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신규사업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