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진단-골프회원권시장] 투기자금 들어와 가격 부풀어져

"물건 나오면 무조건 잡아달라"주문쇄도…최고가 회원권 거래 뜸하고 호가만 치솟아


[진단-골프회원권시장] 투기자금 들어와 가격↑ "물건 나오면 무조건 잡아달라"주문쇄도…최고가 회원권 거래 뜸하고 호가만 치솟아 김진영 골프전문 기자 eaglek@sed.co.kr 골프 회원권 값이 보유세 논란이 제기된 지난 10일 이후 내림세를 타고 있지만 돌아보면 그 전까지는 무섭게 상승 곡선을 그리며 치솟았다. 자고 나면 수 천 만원씩, 일부 초고가 회원권은 ‘억’ 단위로 시세가 달라져 업계 일부에서 ‘미친 시세’라는 소리까지 나왔다. 강남 어느 사모님이 회원권으로 3개월 만에 5,000만원을 챙겼다는 둥 5개월 사이에 1억원 이상 번 사람도 있다는 둥 소문들이 퍼졌다. 거래업소에 뭉치 돈을 맡겨놓고 ‘물건 나오면 무조건 잡아달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그러나 ‘보유세’라는 낯선 단어가 튀어나오면서 갑자기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물론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또는 ‘잠시 쉬어가는 시기를 맞았을 뿐이다’라는 업계 분석도 있지만 한 순간에 매도 및 매수자의 심리가 ‘부화뇌동’하며 시장상황이 하루아침에 바뀐 것은 그만큼 시장이 취약하다는 반증이다. 즉, 그 동안의 상승세에 거품이 있었다는 해석인 것. 상승기조의 이면을 들여다봐도 거품은 짐작할 수 있다. 10억원 이상의 초고가 회원권 골프장의 한 관계자는 최근 2~3년 사이에 시세가 5억 이상 올랐으나 명의개서, 즉 회원권 거래 횟수는 10건이 채 안 된다고 밝혔다. 거래할 때마다 2억원 이상 시세가 올랐다는 의미다. 이는 실제 거래는 없이 계속 호가만 높아지다가 거래 한 건으로 다시 탄력을 받아 또 급상승하는 기형적인 흐름을 보여왔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이 같은 현상은 또 ‘저가 회원권은 오름세 분위기에 휩쓸릴 뿐이지만 고가 회원권은 부킹이 잘 되고 회원에 대한 대우가 좋고 또 코스 관리도 잘 되는 등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어 가격이 오른다’는 해석에도 일면 오류가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다. 골프장 수가 골퍼들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할 만큼 부족한 국내 현실만 믿고 ‘골프장 회원권은 무조건 오른다’는 심리가 팽배해져 회원권의 가치를 실제 이상으로 크게 부풀려 놓은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 발표 이후 시중 부동 자금이 유입되면서 거품은 더욱 커졌다. 특히 지난해 8.31대책과 달리 지난 3월30일 재건축 규제에 대한 정부 정책이 발표된 직후는 회원권 값이 폭등, 투기 자금 유입설을 뒷받침했다. 월드 회원권 거래소의 김진호 부장은 “지난해 8.31대책 이후에는 사실 투자자금이 실제 유입됐다기보다 이에 대한 기대 심리로 시세가 움직였다”며 “그러나 3.30대책 이후는 특별한 요인 없이 시세가 급등해 유동자금의 실제 유입이 이루어 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동아 회원권 거래소의 강윤철 팀장은 “지난해 회원권을 통해 단기간에 이익을 실현한 사례가 많았던 데다 세금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부각돼 투기자금이 일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며 “회원권 자체의 상승 모멘텀도 분명히 있었으나 거품도 부인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 역시 “회원권 자체의 매력만으로 시세 상승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런 기형적 현상 때문에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소규모 거래소에 돈을 맡겼다가 떼이거나 빚까지 내 회원권을 구입했다 낭패를 보는 사례가 생기고 있는 것. 지난 달 L모씨는 중소 거래업소의 장담을 믿고 8,000만원 가량을 맡겼으나 한달 째 회원권은 구경도 못했다. 거래업소가 회원권을 구했지만 최근 시세가 떨어지자 더 기다리다가 차익을 챙기려는 속셈이라는 것이 L씨의 생각인 반면 전문가들은 아예 물건을 구하지 못한 채 돈만 받아 놓고 있을 가능성도 말하고 있다. K씨는 재테크 욕심에 5,000만원을 대출 받아 이달 초 1억 원짜리 골프 회원권을 구입했다가 계속 가격이 떨어지자 속을 태우고 있는 경우다. 재테크는 둘째 치고 고스란히 이자에 대출원금까지 손해 볼 형편이 된 K씨는 “거래업소에서 적극 권유했다”며 핏발을 세웠다. 이제 관건은 어디까지가 거품인지의 문제로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누구도 선뜻 자신 있는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동향을 포함 당분간 시장 움직임을 더 지켜봐야 거품의 정도 등 향후 시세 흐름의 윤곽을 잡을 수 있을 것이란 의미다. 입력시간 : 2006/04/19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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