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12월 15일] 알맹이없는 조찬 간담회
생활산업부 김지영 기자 abc@sed.co.kr
일주일 전쯤 서울프라자호텔에서는 식품공업협회 주최로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초청한 조찬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식품업계의 시급한 문제들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장 장관은 먼저 지난 11월 발표된 식품산업종합대책을 설명했다. 한식의 세계화, (식품) 클러스터 조성, 규제완화,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오는 2012년까지 식품산업에 5조원을 투자하고 현재 100조원 규모인 식품산업을 150조원까지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하지만 현재 식품업계에 이 같은 장기 비전은 먼 나라 얘기다. 올 한해 각종 파동으로 바람 잘 날 없었던 식품업계는 경기불황으로 소비까지 얼어붙으면서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 끄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식품업계는 올들어 줄줄이 터진 각종 이물질 파동을 비롯해 멜라민 식품 파동, 정부가 내년 초부터 전면 확대 시행하기로 한 유전자변형식품(GMO) 표시제, 국제 원자재 시장 불안정에 따른 원료 수급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식품종합대책 내용 중에서도 참석한 대기업들조차 실현 가능성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부분도 없지 않다. 김치 등 전통 발효식품 활성화 방안이나 한식 세계화 방안만 보더라도 현실은 비전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김치 등 전통 발효식품을 산업화하겠고 김치연구소를 세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지만 김치 무역적자는 지난해 2배에 이어 올해도 전년보다 60% 늘어났다. 중국산 수입은 늘고 일본 수출은 제자리를 맴도는 데 따른 결과다. 김치 종주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한식 세계화 역시 야심찬 한식 세계화 전략 아래 청담동에서 한식 레스토랑 '가온'을 운영하던 광주요조차 적자에 못 이겨 올해 말 식당 문을 닫을 정도로 갈 길이 만만치 않다.
4년 후까지 5조원을 투자한다는 장기 비전도 물론 중요하지만 식품업계로서는 문닫는 업체가 생겨나고 몇 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는 등 발등의 불부터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찬 간담회에서 언급된 몇년 후의 화려한 계획들이 당장 기업들의 생존이 걸린 내년도 사업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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