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연기금 사회주의'의 허와 실

박영선 국회의원ㆍ열린우리당

[로터리] '연기금 사회주의'의 허와 실 박영선 국회의원ㆍ열린우리당 박영선 국회의원ㆍ열린우리당 최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연설에 ‘연기금 사회주의’라는 말이 등장했다. 이 말은 지난 76년 미국의 미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가 ‘보이지 않는 혁명’이라는 책에서 사용했다. 당시에 미국의 연기금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본 드러커는 대규모 연기금이 주식 투자를 할 경우 주요 대기업들의 최대 주주가 연기금이 될 것이고 연기금의 주인은 가입자인 일반 노동자들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연기금을 통해 기업을 움직이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주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예상대로 미국의 연기금은 92년이 지나자 대기업 전체 주식의 절반을 소유하게 됐다. 하지만 미국은 사회주의가 되지 않았다. 연기금의 영향력이 확대됐지만 미국은 여전히 ‘최상의 자본주의’ 국가였다. 연기금의 영향력은 연기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가들에게 갔고 기관투자가들은 분산됐던 주주들의 소유권을 재집결시켜 기업의 투명성, 사회적 책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단기적인 경영정책보다 장기적인 경영정책을 선택하도록 하는 발전된 자본주의를 가져왔다.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의 저명한 교수였던 고든 클락은 드러커의 연기금 사회주의 이론을 연기금 자본주의 이론으로 반박했고 그후 연기금 사회주의 이론은 소멸됐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요즘 정치권의 연기금 사회주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아마도 ‘사회주의는 공산주의이고 빨갱이’라는 개념을 앞세우면 국민을 호도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세계 경제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무지에서 출발한 것이거나, 혹은 서투르게 알았기 때문이다. 아마 제대로 알았다면 좌파라는 이념논쟁이 언론의 화려한 각광을 받을 수 있다는 섣부른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연기금이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등 선진국들에 대해 사회주의 국가라고 지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시장경제를 하자면서도 투자 수익률을 높일 투자수단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이율배반적인 한나라당의 태도는 하루 빨리 고쳐져야 한다. 입력시간 : 2004-11-0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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