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건설사고 교훈 잊지말자

인간의 삶을 한층 풍요롭게 바꿔 가기 위한 수단으로 건설은 언제나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그리고 오늘날에 와서는 첨단 과학을 접목시켜 다양한 생활공간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가는 등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꿈꿔온 보다 편리하고 쾌적한 생활공간을 만들어 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건설’의 의미는 남다르다. 근대화과정에서 우리의 건설기술자들은 열사의 나라에 나가 땀 흘려 외화를 벌어들였고 ‘건설한국’의 이미지를 세계 속에 심어놓았다. 또한 국내에서는 사회간접시설을 확충하여 국가산업의 동맥을 이어놓았으며 이러한 노력으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우리는 경제발전과 함께 급격히 팽창해가는 건설수요로 인하여 질보다는 양적 성장에 치중하게 됐고 그 결과 깊은 상처를 입었다. 삼풍백화점ㆍ성수대교ㆍ행주대교 등 시설물이 붕괴되면서 고귀한 생명들이 희생되는 아픔이 있었던 것이다. 이 무렵 한 여론조사기관에서 일반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7.2%가 평소 건설시설물에 대하여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었으며 10명 중 6명은 공공시설물에서 부실공사로 인하여 위험을 느끼거나 생활에 큰 불편을 경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량ㆍ도로ㆍ지하철역 등 교통관련 시설물에 대한 불안심리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결국 사회불안요인이 됐고 ‘건설한국’의 명성은 ‘부실공화국’의 오명으로 빛이 바랬으며 건설인들은 국민 앞에 고개를 들지 못하는 죄인이 돼야 했다. 너무 큰 희생의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건설 역시 눈에 보이는 양적 성장 못지않게 착실히 내실을 다지는 문제가 중요하다는 사실과 우리 삶을 담아내는 생활공간에 대한 안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던 것이다. 따라서 부실공사로 인한 건설사고는 반드시 근절돼야 하고 모든 시설물은 더욱 아름답고 튼튼하며 사용하기 편리하게 축조돼야 한다는 데 정부와 건설관련업계는 물론 국민 모두가 공감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국가적 핵심과제로 시대적 사명을 안고 출범한 것이 건설감리제도다. ‘건설감리’는 감리전문회사가 일정한 자격을 갖춘 감리자들로 현장의 실정에 맞게 감리단을 구성하여 건설현장에 상주하도록 하면서 공사과정에서 설계도와 시방서에 맞게 제대로 시공되는지를 확인하는 등 건설공사목적물에 대한 품질관리업무를 중심으로 설계검토, 공정관리, 안전 및 환경관리 등의 업무를 폭넓게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ㆍ지자체 등이 발주하는 일정규모 이상의 공공시설물과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 등이 이러한 감리의 대상이다. 이렇게 볼 때 감리는 대상시설물의 발주자와 그 시설물을 사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일을 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감리는 소비자의 권익보호와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하겠다. 몇 해 전 일부건설관련업계를 중심으로 감리대상공사의 범위를 대폭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이는 소비자의 권리축소라는 인식아래 많은 시민ㆍ소비자단체들이 앞장서서 반대했던 기억이 있다. 이처럼 감리는 우리의 생활 가까이에서 호흡하고 있지만 일반인 대부분은 이러한 사실을 잘 알지 못하고 있다. 감리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으며 아파트를 분양받으면서 분양가에 감리비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감리는 건설관련 여러 직종 중에서 유일하게 감독기능을 통해 공사과정에서 잘못이 있다고 판단되면 재시공을 요구하고, 자재의 품질을 검사하며, 시정이 안 될 경우 공사의 중지까지도 명령하는 등 시공사를 견제하고 간섭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자칫 건설관련업계에서 왕따(?)의 신세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감리인들은 이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부실공사방지와 건설공사의 품질향상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역할에 지지를 보내주는 국민들의 성원에 힘입고 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원활한 공사의 진행을 위해 기술적ㆍ행정적으로 지원하는 협력자로서의 역할을 통해 감리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켜가고 있다. 올해로 건설감리제도가 시행된 지 14년이 됐다. 그동안 우리나라 건설공사의 품질수준은 크게 높아졌고 건설문화도 바르게 정착돼가고 있다. 부실공사방지를 위해 감시ㆍ감독의 역할이 우선시되던 감리의 기능도 이제는 품질의 문제를 넘어서 건설공사의 효율성까지 고려하는 선진체계를 추구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건설에 대한 국민적 욕구는 경제성장과 함께 더욱 커져갈 것이며 그만큼 감리의 역할도 갈수록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감리자 모두 사명감과 높은 책임의식을 가지고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해 나가야 한다. 오는 10월21일이면 성수대교붕괴참사가 일어난 지 어느덧 14년이다. 우리가 뼈아프게 경험했던 과거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 많은 건설사고를 계기로 출범한 건설감리제도가 이제는 우리의 안전을 지키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만들어가는 데 그 역할을 다할 것이다. 건설감리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이해와 많은 지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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